22개주서 가금류 1,700만 마리 살처분
서민 밥상의 필수 식재료인 달걀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치솟는 물가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에서 미국 내 조류독감까지 번지고 있어 달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달걀 가격 상승세는 한인 마켓도 마찬가지여서 고물가에 가뜩이나 올라버린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리면서 한인들이 겪고 있는 물가고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CNN비즈니스는 연방 동식물검역소(APHIS)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2월부터 발생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o이하 조류독감)으로 닭을 비롯한 가금류의 살처분이 늘면서 달걀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플레이션 압박에 주요 곡물 가격이 상승한 탓에 닭 사료 가격 역시 10년 내 최고치인 상황에서 조류독감까지 더해지면서 달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까지 22개주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해 닭을 포함해 살처분된 가금류는 1,700만마리에 달하면서 달걀 공급이 줄어든 것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연방 농무부(USDA)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으로 라지 사이즈 A등급의 흰 달걀의 도매 가격은 2.80달러에서 2.89달러까지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1.25달러에 비해 2배 이상 오른 가격이고, 조류독감이 발생했던 2월에 비해 무려 52%나 급등한 가격이다.
현재 확산되고 있는 조류독감은 지난 2015년 이후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미국 양계농가의 피해도 크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국에서 달걀 생산이 가장 많은 아이오아주의 경우 주내 전체 5,600만 마리의 닭중 1,120만 마리가 조류독감에 걸려 살처분됐다.
한인 마켓들도 달걀 가격 급등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마켓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류독감 여파로 인한 달걀 가격 상승은 4월에 들어서면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마켓별로 달걀 공급처가 달라 차이가 있지만 20개짜리 달걀의 판매 가격은 5달러대로 상승했다. 브라운 달걀은 이보다 비싼 6달러에서 판매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한국마켓(HK마켓) 존 윤 매니저는 “조류독감 여파로 4월 초부터 달걀 가격이 인상되어 마켓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모든 제품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라 달걀 가격 인상만을 탓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달걀이 서민들의 식재료이라는 점에서 한인 장바구니 물가에 달걀 가격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에 비해 7.9%나 급등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물가 부담이 큰 상황에 달걀 가격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한인들의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관심은 향후 달걀 가격에 있다. 조류독감 여파에도 불구하고 당장 달걀 가격이 개솔린 가격 인상처럼 폭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한인 마켓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달걀에 대한 할인 세일을 없애는 대신 판매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류독감 확산세가 장기화되면서 달걀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한인 마켓들이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어 달걀 가격이 급등해 금값이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조류독감은 달걀이나 닭고기 등 식품을 통해 전염되는 것은 아니므로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감염된 닭은 식품 공급망에서 제외되고 있고 달걀이나 닭고기는 제대로 익혀 먹으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죽어서 무해하다는 것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