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럭운송업체들 구인난 속 갑질 논란
사우스 캐롤라이나 출신의 웨인 오어(59)는 대형 트럭운송업체인 ‘CRST특송’(CRST Expedited)에서 2주간의 수습 기간을 마치고 신입 트럭 운전기사로 일하던 중 발을 다쳐 6주간 근무를 하지 못했다. 무급으로 6주를 버틴 오어씨는 업무에 복귀하려 했으나 이미 해고된 상태였다.
생활비가 급한 터라 오어씨는 타업체에 입사했지만 CRST 특송에서 재취업을 막고 나섰다. 오어는 “CRST에서 2주 무료 운전 교육을 받는 댓가로 10개월 의무 근무를 하기로 했던 게 화근”이라며 “교육비 6,500달러를 반환하지 않으면 재취업 금지하는 소송을 당한 상태”라고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심각한 운전기사 부족 사태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트럭운송업계가 신입 운전기사에 대한 ‘업주 갑질’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의무 근무 기간 조항이 포함된 이른바 ‘노예 계약’을 근거로 수습 훈련 기간 중 부당한 대우는 물론이고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라도 수습 교육비 환수를 위해 채권추심업체를 동원해 압박을 주는가 하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재취업까지 막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어 인력 유출을 막으려는 트럭운송업체들의 고육지책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내 대형 트럭운송업체들이 수습 교육을 마친 신입 운전기사들이 부당한 대우와 급여 수준으로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조기 퇴사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트럭운송업계가 여전히 인력난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외부보다는 업계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소위 상업용 운전면허를 획득하기 위한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트럭운송업체의 수는 적어도 18개로, 이들 업체들은 무료 교육을 제공하는 대신 최하 6개월에서 2년까지 의무 근속과 함께 일반 운전기사 급여보다 적은 소위 ‘수습 급여’를 받는 조건의 취업 계약을 내걸고 있다.
배송의 속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트럭 운전기사 확보는 필수여서 가뜩이나 부족한 운전기사 확보를 위해 트럭운송업체들은 일정 기간 신입 운전기사들을 붙잡기 위한 조치다. 신입 운전기사 10명 중 9명이 1년 안에 이직을 하는 상황이 트럭운송업계의 현주소다.
트럭운송업체들이 운영하는 수습 기간 훈련 과정도 부실해 제대로 된 운전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강의 내용 자체가 부족한 데다 트럭 운전 실습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교육 과정을 이수한 운전기사들의 지적이다.
의무 근무도 문제지만 취업 계약과는 달리 화물의 상차와 하차와 같은 비운행 시간을 근무 시간에서 제외해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트럭운송업체들은 트럭을 운행하는 거리를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관행이라 애초 알려진 급여 수준보다는 적은 게 현실이다.
NYT는 결국 트럭운송업체들은 신입 운전기사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의무 근무 기간을 설정해 조기 퇴사를 방지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타업체 취업을 못하도록 교육비 반환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