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푸틴 두 딸도 제재 포함 논의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에 공분한 서방이 대(對)러시아 제재 고삐를 한층 강하게 틀어쥔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모든 신규 투자를 금지하고 주요 금융 기관을 전면 차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두 딸을 제재 명단에 올리며 가족까지 직접 겨냥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연간 5조 원 상당의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조치에 나섰다. 모두 러시아 돈줄을 조이고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혀 전쟁 지속 의지를 꺾으려는 조치다.
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러시아 최대 은행을 전면 차단함으로써 러시아 금융에 가하는 충격을 비약적으로 높이겠다”며 추가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스베르방크와 최대 민간은행 알파뱅크가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전면 차단된다. 스베르방크는 러시아 전체 자산의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이들 기관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인이 해당 기관과 거래하는 것 역시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기업에 새롭게 투자하는 것도 금지된다. 그간 에너지 산업에 한정됐던 대러 신규 투자 금지 조치가 금융 등 전 분야로 확대된 셈이다. 미국은 이 같은 ‘제재 패키지’가 러시아에 엄청난 비용을 부과해 고립의 길로 나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 당국자는 “러시아가 1980년대 소비에트 스타일의 생활 수준으로 돌아가도록 강요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앞으로 러시아는 달러 보유고 고갈, 새로운 수입 창출, 채무불이행(디폴트)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푸틴 대통령의 두 딸까지 건드렸다. 푸틴 대통령이 전 부인 루드밀라 슈크레브네바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딸 마리아 보론초바(36)와 카테리나 티코노바(35)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들 모두 베일에 싸인 삶을 살아온 만큼 해외 소유 자산 규모는 불분명하다. 다만 미국은 두 사람이 푸틴 대통령의 재산 일부를 은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총리와 그 가족,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부인과 딸도 제재 대상이 됐다. 백악관은 “이들은 러시아 국민의 비용으로 부를 누려왔다”며 “이 중 일부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획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데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제재에는 미국과 주요 7개국(G7), 유럽연합(EU) 등 30개국이 동참한다.
미 재무부는 오는 7일 전면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 러시아 국영 기업 명단을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