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릿 리포트-올해 경제상황 전망은
미국 경제의 경기침체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 방송 CNBC는 400명의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주식 전략가, 포트폴리오 매니저 등을 대상으로 올해 남은 경제 상황에 대한 전망을 물은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우선 가장 큰 시장의 위협요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연준의 실수가 46%로 1위였고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33%로 2위였다. 3위는 러시아의 공격(11%)였고 중국과의 관계(6%)와 코로나19의 재창궐(4%)이 뒤를 이었다.
1위와 2위가 사실 연관돼 있는 항목이라고 보면 현재 월가에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관리에 늦었고 빠르게 금리를 올리다가 결국 경제를 경기침체로 몰고 갈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79%, 약 80% 가까이 된다고 볼 수 있다. CNBC는 “많은 투자자들은 연준이 연착륙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유명한 투자자인 칼 아이칸도 거친 착륙이 될 수 있으며 잘 해야 경기침체이거나 더 나쁠 수도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주목할 부분은 코로나19의 재증가를 생각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를 보면 최소 월가에서만큼은 이제 코로나19는 큰 걱정거리가 아니라는 점이 명확하다. 러시아의 공격이 생각보다 낮은 것은 국제유가와 그에 따른 물가상승 부분이 인플레이션 항목으로 포함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경기침체는 당장 몇 달 내, 단기간에 오는 건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조사에서는 연말 S&P500 전망치가 현수준이라고 답한 이들이 58%로 가장 많았고 36%는 5000을 넘을 수 있다고 답했다. 연말까지 4000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답은 6%에 그쳤다.
신채권왕이라고 불리는 제프 건들락은 자신의 트위터에 (금리역전) 지표는 지난 수십 년 간 정확성을 입증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것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을 믿지 마라”이라고 적었다.
앞서 5년과 30년 물 미 국채금리가 역전된 데 이어 어제도 2년과 10년 만기 채권금리가 잠시나마 뒤집혔다. 건들락은 금리역전을 경시하는 이들은 시장을 잘못 보고 있거나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인 것이다.
반대 얘기도 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국채금리 역전인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의 주장처럼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안정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지금 상황은 순이자 마진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은행 대출 모델에 큰 압박”이라고 했다.
추가로 금리역전을 볼 때 몇 가지 고려요소가 있다는 말도 나왔다. 인베스코의 최고 시장전략가 크리스티나 후퍼는 “금리역전이 통상 3개월은 지속돼야 지표로서 정확해진다”며 “특히 역전이 시작되도 평균 18개월 뒤에 경기침체가 시작된다는 장기지표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제재를 계속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러 제재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떠나더라도 곧장 풀리지 않을 것임을 고려하면 존슨 총리의 말은 대러 제재는 한동안 지속할 것이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장기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RBC캐피털의 헬리마크로프트는 “나는 러시아가 이른 시일 내 제재에서 빠져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추가로 독일이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최악의 경우 끊길 것까지 대비해 천연가스 비상공급 계획 ’조기 경보‘를 발령했다. 에너지 부문의 상황도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상황 전개를 계속 지켜봐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