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시장 소비자들에 대형 브랜드 영향력 감소
인플레이션과 공급 부족이 겹치면서 식료품 시장에서 브랜드의 위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름난 브랜드나 현란한 광고 캠페인이 식료품 매장에서 더는 소비자에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소비자들의 샤핑 카트에 어떤 제품이 담길지는 입수 가능성과 가격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즉, 재고가 충분해 매장 선반이 빌 때마다 바로 채워질 수 있는 제품과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다는 의미다.
이 여파로 크래프트하인즈나 켈로그 등 대형 식품업체들이 물량을 충분히 공급해주는 경쟁사나 유통사 자체 브랜드(PB)에 시장을 내주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실제 크래프트하인즈는 지난달 수요를 맞추지 못해 일부 수퍼마켓에서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리서치업체 IRI에 따르면 재고율이 72∼85%로 소비자가 입수할 가능성이 낮은 브랜드들은 평균적으로 지출점유율이 0.7%포인트 감소했다. 지출점유율은 소비자의 전체 지출에서 특정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랠프스 마켓 모기업인 수퍼마켓 체인 크로거의 데이터분석 업체 ‘84.55 LLC’의 최근 설문 조사 결과에선 소비자의 90% 이상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구할 수 없으면 다른 브랜드를 사겠다고 답했다.
소비자들의 브랜드 이동이 잦아지면서 일부 식품회사엔 새로운 기회가 열리기도 했다. 땅콩버터와 커피 등을 제조하는 JM스머커는 자사 제품군의 약 3분의 2가 시장점유율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확산 이전에 시장점유율을 늘린 제품군 비율은 3분의 1에 그쳤다.
유통업체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수퍼마켓들은 과거엔 덜 유명한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는 것을 꺼렸고 가능한 한 많은 종류의 제품을 제공하고자 했다. 하지만 최근 소비행태가 변하면서 특정 브랜드에 덜 의존하게 되고 제품군별로 가장 잘 팔리는 제품에 집중하게 됐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