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FAANG’ 대신 연료·농업·천연자원·금
그동안 미국 증시 상승세를 주도했던 기술주 중심의 ‘FANG’이 지고 새로운 ‘FANG’이 부상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2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11개 업종 가운데 정보기술(IT) 업종은 올해 들어 9.8% 하락했다. IT는 지난 10년간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어왔던 가장 뜨거운 업종이었다.
이 중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페이스북(F), 아마존(A), 넷플릭스(N), 구글(G) 등은 그 머리글자를 따 ‘FANG’ 주식으로 불렸다. 여기에 애플(A)이 포함되면 ‘FAANG’이 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IT업종은 다른 성장주와 함께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대신 새로운 ‘FANG’ 주식이 주목받고 있다. ‘NEIRG 웰스 매니지먼트’의 창업자 닉 지코마키스는 연료(Fuel), 농업(Agriculture), 천연자원(Natural resources), 금(Gold)이 바로 새로운 ‘FANG’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원유와 각종 천연자원, 곡물 등의 가격이 급등하고, 안전자산인 금값도 오르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WSJ은 특히 에너지 업종이 올해 증시에서 단연 돋보인다고 전했다. S&P 500 지수의 에너지 업종은 올해 들어서만 37% 상승했다. 올해 플러스 수익률을 보인 2개 업종 중 하나다. 나머지 업종인 금융업이 1%가량 오른 것을 고려하면 에너지 업종의 수익률이 독보적이다.
S&P 500 지수 소속 수익률 상위 25개 종목 가운데 17개가 에너지 업종 소속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이 두 배 이상 급등했고, 할리버튼은 62%, 셰브런은 40% 상승했다.
에너지 업종이 올해 선전하고 있지만 S&P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그렇게 크지 않다. 전성기 시절인 2008년엔 그 비중이 15%를 웃돌았으나, IT업종이 경제의 주도산업으로 부상하고 원유·가스 수요가 감소하면서 에너지주도 덩달아 매력을 잃었다.
특히 기후변화가 투자업계의 새 화두로 대두되면서 에너지 업종의 어려움은 한층 가중됐다. 자산운용사들이 화석연료 생산업체를 기피하고 친환경 에너지 회사들을 자신들의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하지만 지난해 경제가 코로나19발 경기침체에서 회복하고 원유생산국들이 원유 공급을 억제하면서 에너지 업종은 반전에 나섰다. 그해 가장 수익률이 좋은 S&P 500 업종으로 부상한 것이다. 지난해를 포함, 최근 10년간 에너지 업종이 S&P 500 지수보다 연간 수익률이 높았던 적은 2차례밖에 없었다.
WSJ은 높은 배당수익률과 자사주 매입 재개가 에너지 업종의 상승세에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업종의 배당수익률은 2.9%로, S&P500 전체 배당수익률인 1.3%보다 높을 뿐 아니라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2.375%)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