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들 ‘다운그레이드’ 판매, 왜
반도체 공급난에 자동차 회사들이 ‘다운그레이드’ 된 차를 판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온도 조절장치나 USB 충전포트 등 관련 기능이 없어도 큰 지장이 없는 차를 파는 것인데 칩 부족 장기화가 빗어낸 촌극이라는 평가다.
21일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는 최근 뒷좌석 온도 조절장치가 미설치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팔기로 결정했다. 반도체 공급 문제로 모든 기능을 구현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자 차라리 다운그레이드 된 차를 시장에 내놓기로 한 것이다.
포드 관계자는 “우리는 반도체 부족 기간 동안 고객이 차량을 더 빨리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게 됐다”며 “뒷좌석 온도 조절장치가 없어도 앞좌석에 관련 장치가 있기 때문에 제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포드는 관련 차량의 경우 할인을 해서 판매하고 나중에 칩 부족 사태가 해소되면 구입 고객에 한해 무료로 장치를 설치해줄 예정이다.
다운그레이드 차량을 팔기로 결정한 것은 포드 뿐만이 아니다. GM의 경우 픽업 트럭 일부 모델에 HD 라디오와 같은 기능이 누락된 차량을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고품질의 사운드 기능이 제외된 모델을 파는 것인데 일반 라디오 기능은 여전히 사용 가능한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테슬라의 경우에는 차량 내부에서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USB 충전포트가 없는 자동차를 고객에게 제공했다. 이와 같은 기능들을 차에 설치하려면 모두 반도체가 필요한데 칩을 구하기가 힘들에 해당 기능을 제외한 차를 팔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다운그레이드 차량을 파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반도체 공급난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일본 지진까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먼저 우크라이나는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네온가스와 크립톤을 공급해 왔는데 전쟁으로 관련 재료 운송에 차질이 빚어졌다.
일본의 경우 세계 3위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르네사스의 공장 3곳이 지진 여파로 가동 중단돼 문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 전자제품 판매업체 솔센진에 따르면 반도체를 주문하고 받을 때까지 걸리는 리드타임은 지난해 10월 대비 최근 15주나 더 길어졌다.
다운그레이드 차량이라도 시장에 내놓으면 빨리 재고가 소진되기 때문에 자동차 업계의 이와 같은 관행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한 포드 관계자는 “고객들은 차량을 빨리 받는 것을 더 원하고 있다”며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도 이와 같은 전략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