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반영 안 돼, 항공료·운송비 등 ↑
10일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국제유가 하락에도 전년 대비 7.9%에 달하는 물가 상승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휴전회담에 진척이 없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제히 하락했다.
나스닥이 0.95%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43%와 0.34% 떨어졌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대신 인플레이션 상방위험이 있다며 채권매입 종료시기를 3분기로 앞당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다. 어느 한쪽이 확실한 승기를 잡기 전에는 휴전 회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8%, 전년 대비 7.9% 폭등한 주요 원인은 개솔린이다. 개솔린은 전월 대비 6.6%, 전년 대비 무려 38.0% 치솟았다. 전체 물가 상승률의 4배가 넘는다. 에너지 부문 전체로 봐도 1년 전과 비교해 25.6%나 올랐다.
중요한 것은 물가지수 데이터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었던 지난달 24일 전에 대부분 완료됐다는 점이다. 조사 항목과 양이 많기 때문에 마지막 날까지 조사해서 발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부 가격상승 움직임이 반영된 것만으로도 전월 대비 6.6% 올랐는데 3월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상승분이 들어가면 더 크게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개솔린를 포함한 에너지 가격이 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4%다.
뉴욕타임스(NYT)는 “CPI 데이터 수집이 2월 말 러시아 침공 이전에 끝났다”며 “우크라이나 분쟁과 관련된 높은 에너지 비용이 미국 가정에 고통스러울 정도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오랫동안 끌고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미국의 물가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2월 CPI로 이것이 더 확실해졌다. 손성원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 이코노믹스 대표는 “현재의 개솔린 가격이 유지된다면 올해 CPI가 1%포인트 더 올라갈 수 있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며 “아직 식당과 소매상들은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마진을 줄여서 비용인상에 대응하고 있지만 조만간 그 높은 비용이 가격에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2차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월가의 시각이기도 하다. 당장 항공료가 오를 것이고 트럭 운임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비용이 커지며 서비스 비용도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미국의 경유가격은 평균 갤런당 5.05달러인데 상업용 차량의 75%가 디젤을 쓰고 있어 이 비용이 소비자 가격으로 빠르게 전가될 수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그동안의 경험상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0.2%포인트 상승한다”며 “이코노미스트들은 공급망 문제가 풀리고 연준이 3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올 봄 인플레가 피크를 찍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전쟁 발발에 석유와 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상승이 장기화할 위험에 처했다”고 봤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