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딜러, 인기차종 2만달러까지 웃돈 판매
코로나 팬데믹이 유발한 자동차 재고 부족사태로 신차 가격이 오르고 일부 딜러들이 수천달러의 웃돈까지 요구하는 행위가 확산되면서 GM과 포드에 이어 현대차그룹도 일부 미국 딜러들의 바가지 판매 상술에 경고장을 날렸다.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23일 현대차와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자사 차량에 과도하게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딜러들에게 경고 서한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는 이 서한에서 “고객들이 딜러의 가격 관행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런 관행을 그냥 놔둔다면 우리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미국 딜러들은 차량 부품난 등으로 신차 공급이 부족해지고 판매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자 가격을 잇달아 인상했다. 독립 사업주인 미국 딜러들은 자동차 판매 가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권장소비자가격(MSRP)보다 훨씬 높은 금액에 판매하는 딜러들의 바가지 상술이 기승을 부리자 현대차가 대응에 나섰다고 자동차 전문매체 카스쿱스는 전했다.
딜러들은 대리점에 입고된 차량에 가격 인상 스티커를 부착하고, 온라인 광고에 표시된 가격을 보고 찾아온 고객에게 웃돈을 얹고 있다. 또 일부 딜러는 현지에서 인기가 있는 팰리세이드와 아이오닉5에 권장가보다 1만5,000∼2만달러 더 비싼 가격표를 붙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에는 딜러들이 현대차뿐만 아니라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를 판매할 때도 바가지를 씌운다는 고객들의 불만이 올라왔다.
현대차는 “딜러의 가격 인상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고객의 충성도를 유지하는 회사의 장기적인 능력을 훼손한다”며 “딜러의 불공정한 가격 책정으로 얻을 단기적인 이익보다 현재의 고객과 미래의 잠재적인 고객을 잃을 위험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 현대차 딜러 관계자는 “일부 딜러들의 잘못된 관행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신차 구매자 10명 중 8명(82%)은 권장가격(MSRP) 보다 웃돈을 주고 신차를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1년 전에 웃돈을 더 주고 샀다는 고객이 불과 2.8%였고 2020년에도 0.3%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포드와 GM도 바가지를 씌우는 딜러들에 패널티를 줄 예정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실적발표에서 “MSRP 이상으로 과도하게 청구하는 자동차 대리점을 단속하는 중”이라며 “이런 나쁜 관행에 가담하는 딜러는 앞으로 불리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문제 딜러의 판매권한을 일시 중지하는 패널티도 검토하고 있다.
GM도 최근 딜러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MSRP보다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선 가격을 추가해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들에게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를 보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