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도 이미 한 달이 지났다. 올해에는 꼭 내 집을 마련해야지 했던 바이어들의 부푼 기대가 다시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다. 집값 오름세는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한동안 낮은 수준에 머물렀던 이자율이 갑자기 올라 주택 구입이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주택 시장이 올해 안에 정점을 찍고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택가격은 계속 오르고 이자율마저 올라
혹시 타이밍 놓칠세라 수요 쏟아져 나와
일부 전문가 ‘올해 정점 찍고 안정될 것’
◇ 주택 구입 전쟁 이미 시작
새해 첫 달부터 이미 치열한 내 집 마련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집값 폭등세가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모기지 이자율이 갑자기 오르면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앞다퉈 쏟아져 나오고 있다. 1월부터 집값 움직임은 지난해 연말의 폭등세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1월 9일 기준 주택 중간 판매 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6% 급등, 36만 5,000달러로 치솟았다. 2020년부터 시작된 ‘매물 부족, 수요 급등’ 현상이 되풀이된 결과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 역사상 내 집 마련이 가장 힘든 1월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모기지 이자율이 지속적으로 오르게 되면 수요가 다소 잠잠해져 과열 경쟁 양상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릴 페어웨더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이자율이 3.6%를 넘으면 주택 구입 경쟁 상황이 2018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모기지 이자율 전망치를 보면 이자율이 3.6%대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모기지 은행업 협회’(MBA)는 올해 2분기 안에 이자율이 3.5%를 기록한 뒤 3분기 중 3.7%대를 거쳐 연말 약 4%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 그나마 있던 매물 더 빠져
주택 가격 상승세가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원인 중 하나가 매물 부족 사태다. 좀처럼 늘지 않는 주택 매물 사정은 1월 들어 더욱 악화되는 모습이다. 1월 9일 기준 직전 4주간 시장에 나온 매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8%나 빠졌다. 지난해 초에도 극심한 매물 가뭄 사태가 우려됐는데 이보다 매물량이 더욱 감소한 것으로 거의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매물이 이처럼 없다 보니 비싼 매물, 결함 있는 매물이라도 시장에 나오는 대로 낚아 채 가는 바이어가 늘고 있다. 레드핀에 따르면 1월 9일 기준 직전 4주 동안 시장에 나온 지 1주일 만에 계약이 체결된 매물은 전체 매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9%로 조사됐다.
2주 만에 팔린 매물은 약 39%로 3분의 1이 넘는 매물이 시장에 나온 지 한 달이면 새 주인을 만날 정도로 주택 판매 속도가 빨라졌다. 웃돈 경쟁까지 심해져 1월 초 나온 매물 중 약 41%가 셀러가 제시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렸다.
◇ 멀어져 가는 내 집 마련 꿈
비정상적인 주택 구입 여건에 내 집 마련 포기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바이어도 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주택 가격이 1년 사이 20% 가까이 폭등하고 올해도 이 같은 상승세가 이어지자 지금이 주택 구입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바이어가 급증했다. 국영 모기지 보증 기관 패니메이가 지난 12월 실시한 조사에서 지금을 주택 구입 적기로 생각한다는 바이어는 약 26%로 1년 전 조사 때의 약 52%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처럼 바이어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꺾는 요인은 주택 가격보다는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이다. 매물 한 채에 여러 명 또는 심지어 수십 명이 달라붙는 상황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 같은 과열 경쟁 양상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바이어가 크게 늘고 있다.
앞으로 매물이 늘어도 문제다. 매물이 증가하면 주택 구입을 일시 미뤘던 바이어들이 다시 구입을 재개할 것으로 보여 올해 안에 주택 구입 경쟁 상황은 크게 나아지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 중개 업체 센추리 21의 마이크 미들러 CEO는 “주택 시장은 지난 18개월간은 그야말로 통제 불능 상태”였다며 “과거 주택 시장이 보인 순환기에서 벗어난 시기”라고 지적했다.
올해 매물 사정이 지난해보다는 조금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동시에 대기 수요가 다시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여 올해 내 집 마련 계획이 있다면 지난해와 같은 구입 경쟁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겠다. 일부 바이어들은 이미 연말 휴가철도 반납한 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중으로 연초에도 내 집 마련을 위한 매물 사냥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 집값 폭등세 한 풀 꺾일 것
그렇다면 바이어들의 최대 관심사인 주택 가격은 올해 과연 어떻게 변동할 까? 지난해 살인적으로 치솟는 집값에 한숨짓는 바이어들이 많았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중간 가격은 34만 6,000달러로 2020년 대비 16%나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지난해와 같은 폭등세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NAR이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올해 주택 가격은 작년 대비 약 5.7%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질로우가 부동산 시장 전문가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올해 주택 가격 상승 전망치로 약 6.6%가 제시됐다.
지난해보다 한풀 꺾인 상승세지만 향후 경제 상황, 이자율 변동, 시장의 반응에 따라 상승폭은 더욱 둔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프 터커 질로우 선임 연구원은 “주택 가격 폭등세로 바이어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 주택 거래량이 감소하고 이에 자극을 받은 셀러들이 집을 내놓기 시작할 경우 주택 가격 상승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 모기지 유예 종료돼도 대규모 압류 없다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 종료로 값싼 차압 매물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바이어도 적지 않다. 이미 수백만 명에 달하는 주택 소유주 대상의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이 종료됐고 여전히 약 80만 명의 주택 소유주가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주택 압류 통계 자료를 보면 과거와 같은 대규모 압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부동산 정보업체 애톰 데이터 솔루션즈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주택 압류는 전달 보다 약 8% 하락하면서 두 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주택 압류가 전년도에 비해 다소 증가한 수치지만 두 달 연속 안정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당초 우려했던 대규모 압류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췄다. 차압 매물 정보 업체 리얼티트랙의 릭 샤가 부대표는 “정부와 융자 업계의 대비로 코로나19사태로 우려됐던 주택 압류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라며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 종료로 인해 올해 주택 압류 건수가 예년보다 조금 높아지는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