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이코노믹스 분석
과도한 부채, 저출산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감소, 국제적 고립 등으로 중국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로 들어서면서 총경제 규모도 결국 미국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자국 경제가 조만간 미국 경제를 역전할 것이라는 중국의 낙관적 전망이 무색해지는 모양새다.
12일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중국 경제에 대한 각종 변수를 달리해 장기 전망을 ‘기본 시나리오’ ‘저성장’ ‘금융위기’ 등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중국 경제가 중성장을 이어가며 오는 2030년대 초반 미국을 제칠 수 있다는 낙관적 ‘기본 시나리오’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블룸버그가 제시한 주요 원인은 과도한 부채다. 특히 지난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회복 과정에서 급증한 부채가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과거 세계 최대 경제 대국 자리를 노리던 일본 역시 과도한 부채로 유동성 함정에 빠져 성장세가 꺾였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부채는 경제 운용을 어렵게 하고 금융위기까지 부를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2009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166.4%였던 총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264.8%로 12년 만에 100%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당황한 중국 정부가 지난해 거품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헝다 등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가 심화했다. 지난해 말 이후 다시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있어 총부채는 재차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저출산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감소는 더 구조적인 문제다. 주택난 등 생활고로 젊은 층의 출산율이 급격히 줄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출생 인구는 2016년 1786만 명에서 지난해 1062만 명으로 5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중국 정부가 악명 높은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했지만 출산율을 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블룸버그는 “현재 9억 3500만 명에 달하는 경제활동인구는 2050년에 6억∼7억 명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적 고립도 심각하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5년째에 접어들었고 유럽과의 관계도 삐걱거리고 있다. 아시아·아프리카를 잇겠다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은 ‘부채 함정’이라는 평가다. 올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국내 경제·사회 통제를 강화하며 3연임 장기 집권을 시도할 경우 국제적인 비난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른바 ‘공동 부유’도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주장했다.
다만 중국 경제가 당분간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2008년 미국의 31%였던 중국 경제 규모가 지난해 80% 수준까지 접근했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8.1% 커진 데 이어 올해도 5% 내외의 성장이 예상된다. 블룸버그도 중국의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가 빛을 발하면서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중국은 R&D 투자 증가율을 매년 7% 이상 유지하면서 첨단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최수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