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시장주도권 되찾을 것” 취임후 2,000억달러 유치 강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제조업의 ‘부활’을 선언했다. 특히 그는 호주 전기자동차 충전 업체인 ‘트리튬’ 공장을 유치한 것을 두고 중국을 겨냥해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아오겠다”고도 했다. 미국 중심의 ‘반도체 산업 재편’을 천명한 바이든 정부가 전기차 역시 자국 주도로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미국 제조업이 재기를 시작했다”며 “이는 사실을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취임 이후 자국과 해외 기업들이 미국 제조업에 총 2000억 달러(약 239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며 자신의 ‘투자 유치’ 성과를 홍보한 것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트리튬이 미 테네시주(州)에 처음으로 공장을 짓기로 한 점을 부각했다. 이날 연설도 트리튬 공장 유치 소식을 대외적으로 알리려는 목적이 컸다. 트리튬은 테네시 공장에서 연간 3만 개의 전기차 충전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기 위해 5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해 말 바이든 정부는 미국 전역에 50만 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전기차 인프라 확산을 강조하며 중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전기차 소비 1위 시장은 중국이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미국 테슬라도 중국의 구매력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앞으로는 미국이 중국을 꺾고 전기차 1위 시장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바이든 대통령이 전한 것이다.
실제로 그는 연설 이후 트위터에 “중국이 전기차 경쟁을 주도해왔지만 이제 곧 바뀔 것이다. 미국은 편리하고 안정적이며 공평한 전국적인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전기차 생산 확대는 미국 탄소 중립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바이든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지난해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그간 ‘떨떠름한’ 관계였던 테슬라에 “미국 최대 전기차 제조 업체”라며 일종의 화해 메시지를 보낸 것도 전기차 확대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스스로를 전기차 옹호론자라고 밝히면서도 이 분야의 최고 브랜드인 테슬라를 언급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심지어 테슬라에 노조가 없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의 세제 혜택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도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이 담긴 트위터 동영상 클립에 선글라스를 끼고 웃고 있는 이모티콘으로 리트윗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미국 투자 소식도 언급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1월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 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조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