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실내 공간·뛰어난 가속력
18분만에 80%, 초고속 충전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로 관심을 모아온 EV6가 드디어 미국 시장에서 이달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
기아 미국판매법인(KA)은 출시를 앞두고 지난달 26일 북가주 소노마 카운티 나파밸리에서 첫 공개 및 시승행사를 가졌다.
2022년 모델로 출시되는 EV6의 첫 인상은 부드러운 곡선형 디자인으로 익숙함과 함께 EV6만의 개성을 보여주었다. 전체적인 바디라인도 승용차보다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SUV나 CUV를 연상케 하면서 어필할 것 같다.
전면부는 기존 기아 모델의 정면 디자인 상징인 ‘타이거 노즈’(호랑이 코)를 재해석한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 그릴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헤드램프와 함께 주간 주행등에 적용된 ‘무빙 라이트 패턴’이 은은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디지털 이미지를 구성하는 픽셀에서 영감을 받은 무빙 라이트 패턴은 헤드램프를 길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더해 날렵한 인상을 강조했다.
측면부는 하단의 캐릭터 라인이 리어 램프(후미등)로 이어지면서 시원스럽게 쭉 뻗어 역동적인 느낌을 줬다. 후면부는 양쪽으로 곡선을 그리며 한줄로 간결하게 이어진 리어 LED 클러스터 램프가 마치 스포츠카의 뒷모습을 연상케 하며 EV6만의 개성을 더했다.
실내는 운전석부터 전면부를 감싸고 있는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이다. 운전석 전면에 위치한 계기반에는 주행에 필요한 차량 정보가 표시됐고, 센터콘솔 쪽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는 내비게이션과 각종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터치로 조작할 수 있다.
뒷좌석은 긴 휠베이스(축간거리)의 여유로움과 함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적용돼 가운데 움푹 튀어나온 가운데 부분이 사라지고 평평한 바닥이 내연기관차와는 확실히 다른 편안함과 공간을 제공한다. 뒷좌석 시트를 접으니 성인 남성이 누울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생겨나 ‘차박’(차+숙박)까지 할 수 있다.
도로에 진입하자 전기차 특유의 조용하고 안정적인 주행이 인상적이었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밟는 느낌은 내연기관차와 비슷했지만 속력이 붙을 때 소음이 거의 없어 최고급 프리미엄 세단을 타고 있는 듯했다. 기자는 ‘GT-Line Dual Motor e-AWD‘(사륜구동) 모델을 운전했는데 정지상태에서 60마일을 5.1초만에 돌파했다. V6 터보엔진을 장착한 포르셰 카옌 쿠페의 5.3초보다 빠른 경이적인 가속도다.
기자는 이날 150마일 장거리를 시행주행하며 EV6의 성능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었다. 특히 주행구간이 대부분 오르락내리락 길과 커브로 이뤄진 산길이었지만 아래에 깔려있는 배터리가 무게 중심을 잡아주고 20인치 고성능 타이어의 조합으로 고속이나 커부 주행에서도 흔들림이나 쏠림 현상 없이 바닥에 붙어 질주하는 느낌이 일품이었다. 특히 전기차 덕분에 변속이 필요 없어 페달을 밟으면 바로 최대 320마력의 모터가 작동해 가속도가 내연기관차를 압도했다.
프리웨이에서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가속 페달을 밟으니 배기음 없는 조용한 스포츠카를 모는 듯했다.
EV6는 V2L(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을 공급하는 기능)이 탑재돼 충전구에 커넥터를 꽂고 다양한 전자기기를 연결해 활용할 수 있다. 캠핑을 할 때 TV와 랩탑 등 가전기기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어 내연기관차가 제공하지 않는 또 다른 ‘혜택’이다.
또한 ▲앞면 유리창에 속도와 제한속도 등 필수 정보를 제공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스마트폰 무선충전 ▲스마트키로 차를 전후진할 수 잇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 ▲레인 체인지 비디오 모니터 등의 다양한 편리한 기능도 제공한다.
EV6은 연방 환경청(EPA)으로부터 한 번 충전에 310마일 주행거리를 인증 받아 경쟁모델들을 압도한다. 이는 LA에서 라스베가스까지 거리 270마일을 추가 충전 없이 갈 수 있는 사양으로 샌디에고까지는 왕복도 할 수 있다. 또한 고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80%까지 18분 만에 충전할 수 있고 5분이면 60마일 주행 충전이 가능해 효율성도 뛰어나다.
EV6은 빼어난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EV6은 ▲Light RWD ▲Wind RWD ▲Wind Dual Motor e-AWD ▲GT-Line RWD ▲GT-Line Dual Motor e-AWD 등 5가지 트림 중 선택할 수 있고 4만900달러~5만5,900달러(MSRP) 사이다. 그러나 7,500달러 연방 전기 자동차 세금을 공제하면 3만3,400달러부터 구매할 수 있다. EV6은 또 가주의 1인 탑승 카풀 레인 액세스를 포함,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1,000kWh의 무료 충전 혜택도 제공된다.
개솔린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앞으로도 고유가 시대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많은 소비자들에게 EV6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자동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파 밸리=조환동 기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