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연구팀, 19만 명 4.1년간 추적 조사
술자리가 잦아지는 계절이다. 술로 인해 생긴 만성 간 질환이 13%를 차지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국민 14명 중 1명이 알코올성 간 질환에 노출돼 있다.
대부분 과음하면 간 질환에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가벼운 음주로도 섬유화가 동반되는 지방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북삼성병원 코호트연구소 류승호·장유수 교수, 소화기내과 조용균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2~2017년 건강검진을 받은 18세 이상 성인 남녀 중 비알코올 지방간이 없는 19만48명을 4.1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다.
◇간 섬유화 방치하면 간경변증, 간암으로
간염이나 과음, 지방간 등에 의해 한번 파괴된 간세포는 정상 조직이 반흔 조직으로 대치되면서 간의 기본 구조가 변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이처럼 점차 딱딱하게 변하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간의 변화를 ‘간 섬유화’라고 한다. 간 섬유화가 지속되면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이 발생하고 나아가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간경화가 진행되면 정상 간으로 회복하기 어려워 검사를 통해 간 섬유화 상태를 알아보고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 간 섬유화가 진행돼도 별다른 증상을 느끼기 어렵지만 몇 가지 이상 신호가 있을 경우 관련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갑자기 술이 약해지고 술이 깨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거나 △우측 상복부가 답답하거나 불쾌감이 있거나 △지속적인 권태감이 느껴지거나 △여성의 경우 생리 불순, 남성의 경우 성기능장애가 생기거나 △대변이 흰색이고 소변 색이 진한 갈색을 띨 때 등이다.
◇간 섬유화 바이오마커 ‘M2BPGi’… 혈중 농도 검사로 확인 가능
간 섬유화 검사법으로는 복부 초음파검사, 혈액검사, 간 조직 검사, 간 섬유화 스캔 검사 등이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복부 초음파검사로는 간 섬유화나 간경변증을 진단하기 쉽지 않다.
초음파검사로 간경변증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비장(지라) 크기 및 간문맥의 지름을 측정하거나 복부 정맥류, 복수(腹水) 유무 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징후들은 간경변증 초기에는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간 탄성도와 지방화 정도를 파악하는 간 섬유화 스캔 검사의 경우 심부전 등에 의한 간의 수동 울혈에 의해 간 섬유화가 아님에도 간의 경직도가 높게 측정될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최근 혈액 채취를 통해 쉽고 빠르게 간 섬유화를 선별 진단할 수 있는 ‘M2BPGi 검사’가 주목받고 있다. 간 섬유화가 진행될수록 정상인의 혈액 내에 존재하는 ‘M2BP(Mac-2 Bingding Protein)’라는 단백질이 ‘M2BPGi(Mac-2 Bingding Protein Glycosylated isomer)’라는 물질로 변화한다.
이 검사는 M2BPGi 수치를 측정해 간 섬유화 위험도가 높은지 확인하는 검사다. 조직생검과 달리 간단히 혈액만을 채취해 검사하므로 수검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것이 큰 장점이다.
M2BPGi 검사는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만성 간 질환자를 대상으로 간생검 이전에 간 섬유화를 선별 진단하는데 안전하고 유효성 있는 검사로 판정된 바 있다.
최리화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간 질환과 간 섬유화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병 진행 속도는 유전적 다형성 및 다양한 환경 인자 등의 영향으로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최 전문의는 “간 질환을 앓거나, 간 질환 가능성이 있으면 M2BPGi 검사가 진행된 간 섬유화를 조기에 선별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해 질병 악화를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