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첫 전기차, 내년초 판매…한 번 충전에 300마일 이상 운행
현대자동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테슬라 시대를 끝낼 수 있을까. 시승해보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적 디자인·넓은 실내공간에 뛰어난 출력·긴 주행 거리를 자랑하는 아이오닉5는 최첨단 주행보조 시스템과 함께 외부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까지 갖췄다. 도심 운행은 물론이고 교외 하이킹을 위해 첫 전기차 구입을 고민하고 있는 운전자라면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9일과 10일 샌디에고 펜드리 호텔에서 열린 ‘아시안 미디어 아이오닉5 시승행사’에서 처음 만난 아이오닉5에 ‘파라메트릭 픽셀’은 미래적인 느낌을 준다.
실내로 들어가면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내부 공간이 넓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이오닉5의 전장은 4,635㎜로 아반떼(4,650㎜)보다 짧지만 축간거리가 펠리세이드에 버금가는 3,000㎜에 달해 내부 공간이 넉넉히 확보됐다. 축간거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은 기존 내연기관차에 있는 엔진 및 변속기 등의 부품이 사라지면서 가능했다.
덕분에 신장이 180㎝가 넘는 기자가 앞좌석에 앉았을 때도 머리와 다리공간이 넉넉했다. 뒷좌석과 적재 공간도 좌우로 넓은 사이즈 덕분에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량 못지 않게 여유가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진동과 소음이 없어 익숙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정숙성 덕분에 쾌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샌디에고에서 줄리안까지 약 200마일에 달하는 시승 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도로에 진입하자 전기차 특유의 조용하고 안정적인 주행이 인상적이었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밟는 느낌은 내연기관차와 비슷했지만 속력이 붙을 때 소음이 거의 없어 고가의 프리미엄 세단을 타고 있는 듯했다. 어떤 전기차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급격하게 감속돼 운전하기 불편한데 아이오닉 5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속도가 줄어들었다. 시승차는 롱레인지 2륜 구동 모델로 77.4㎾h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장착돼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자랑했다.
프리웨이에 차를 올리고 속도를 올렸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가속 페달을 밟으니 배기음 없는 조용한 스포츠카를 모는 듯했다. 아래에 깔려 있는 배터리가 무게 중심을 잡아줘 고속 주행에서도 흔들림 없이 바닥에 붙어 질주하는 느낌이 일품이었다. 특히 전기차인 덕분에 변속이 필요 없어 페달을 밟으면 바로 모터가 작동해 가속력이 뛰어났다.
또한 프리웨이 곡선 구간이나 구불구불한 산길에서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가도 차체가 바깥쪽으로 쏠리지 않았다. 많은 운전자들이 전기차를 도심 주행용 이라고만 생각하는데 아이오닉5는 탁월한 주행성으로 이와 같은 편견을 뛰어 넘은 것이다.
탁월한 연비도 주목할 만하다. 아이오닉5를 3시간 동안 약 200마일을 운행했는데 시승을 마친 후에도 아직 100마일 정도를 더 달릴 수 있었다. 최근 환경보호청(EPA)이 측정한 아이오닉5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롱레인지 2륜 모델 기준 최대 303마일로 경쟁모델들을 앞선다.
이는 LA에서 라스베가스까지 거리 270마일을 추가 충전 없이 갈 수 있는 사양으로 샌디에고까지는 왕복도 할 수 있다. 또한 350㎾ 고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10%에서 80%까지 18분 만에 충전 할 수 있어 효율성도 뛰어나다.
또 다른 강점은 다른 전기차에는 없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이다. 아이오닉5에 탑재된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끌어 쓸 수 있는 것인데 야외활동 시 다양한 전자기기 등을 사용거나 다른 전기차, 전기 스쿠터를 충전할 수도 있다.
호세 무뇨즈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이 차를 통해 고객들은 아이오닉만이 선사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누릴 수 있다”며 “아이오닉5는 완전히 새로운 구매 고객층에게 현대 브랜드를 소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오닉5의 차량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판매 일정은 내년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샌디에고-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