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로 v. 웨이드’ 낙태권 보장 판례
보수 성향 대법관이 3분의 2를 차지하는 연방 대법원에서 1일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는 판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낙태권을 제한하거나 판례를 뒤집는 쪽으로 기운 것 같았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미국에서는 낙태에 대한 입장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중대 기준으로 작용해온 터라 내년 6월께 나올 연방 대법원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방 대법원은 이날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대부분 금하는 미시시피주의 법률을 놓고 구두 변론을 열었다. 미국에는 ‘로 v. 웨이드’로 불리는 1973년 연방대법원 판결로 여성의 낙태권이 확립돼 있다.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2∼24주 이전에는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해 여성의 낙태권 보장에 기념비적 판결로 여겨져 왔다.
낙태 가능 기준을 임신 15주로 좁힌 미시시피주 쪽에서는 “로 대 웨이드 시절보다 피임에 대한 접근이 더 쉬워졌다”고 강조했다. 낙태가 아닌 피임으로 원치 않는 임신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신 15주로 낙태권을 제한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연방 정부 쪽에서는 “이렇게 많은 미국인에게 아주 근본적인 권리를 연방대법원이 폐지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이어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에 따른 여파는 심각하고 신속할 것”이라며 “개인의 권리를 전례없이 축소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관심은 보수 성향 대법관들의 입에 쏠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번복하겠다며 재임 시절 공석이 된 연방 대법관 세 자리를 보수 성향 인사로 채워 6대 3의 보수 우위 구도로 재편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변론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중 누구도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대한 옹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면서 여성의 낙태권 보장이 중대 변화의 기로에 섰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변론 후 연방 대법원이 미시시피주의 낙태제한법을 유지하는 데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다만 보수 대법관 6명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전면 번복할지, 아니면 임신 15주까지로 낙태를 제한할지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리는 것 같았다고 부연했다.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반세기를 이어져 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경우 연방 대법원이 명성에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로 앤 웨이드 판결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진보 진영에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 일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역시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헌법적 권리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지원사격했다.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내년 6월 말이나 7월 초께 나올 전망이다. 로 앤 웨이드 판결이 번복되면 최소 20개 주에서 대부분의 낙태가 불법화된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