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잔해 폐기 추진…유족들 "유해 절반도 못찾아, 수천번이라도 수색해야"
지난 6월 98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플로리다주 아파트 붕괴 참사가 발생한 지 넉 달이 지났지만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붕괴 부지를 추모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일부 유족의 요구에도 법원이 아파트 매각 계획을 승인하면서 새 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카운티 당국이 일부 잔해 폐기를 법원에 요청하면서 시신의 일부만을 수습한 유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2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사고 조사와 무관한 것으로 간주되는 잔해 폐기를 허가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카운티 측은 사고 이후 이미 여러 차례 잔해 수색을 거쳤다는 입장이다.
붕괴 사고와 관련한 법률·재정 문제를 감독하고 희생자 보상을 위해 부지 가치를 조사하도록 법원이 지정한 재산관리인인 마이클 골드버그 변호사 역시 법원에 증거가치가 낮다고 여겨지는 잔해를 폐기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골드버그는 "지난 몇 달간 당국은 잔해를 철저히 조사했고, 모든 유해와 가치 있는 물건들이 발견됐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부분 유해'만을 수습한 유족들은 당국이 재수색을 할 때마다 새로운 유해가 나왔다고 지적하면서 현시점에서 잔해 폐기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가장 마지막으로 시신의 일부가 발견된 에스텔 헤다야의 친구인 리사 슈렘은 "내 새끼손가락으로 관을 들어 올릴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헤다야의 유해가 수습되긴 했지만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헤다야의 유해는 사고 한 달 뒤 수색이 중단되면서 그가 실종자로 분류된 이후에야 발견됐다. 슈렘은 "잔해가 폐기되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했다.
동생 부부를 잃은 마틴 랭스필드는 누이의 시신 절반도 찾지 못했다며 "나머지가 쓰레기통으로 가게 할 수 없다. 수천 번이라도 더 수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22㎞ 떨어진 별도의 장소에 잔해를 보관 중이다. 증거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 놓고 있다.
유족들의 반발에 카운티 측은 아직 최종 결정된 게 아니라며 잔해를 다시 살펴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의학 전문가인 앨라배마주 잭슨빌 주립대 교수인 스콧 모건은 건물이 무너지면서 시신과 엉켜 수색 작업이 복잡해졌고, 전문가가 아니면 뼈와 돌을 구분하기 힘들다며 법의학 인류학자의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법원은 붕괴한 부지를 1억2천만 달러에 매각하는 계획을 승인해 추모공간으로 조성하길 바라는 일부 유족들의 반발까지 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