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층 활력 유지하려면
매일 아침저녁 관절 챙기고
근육에게 미리 알리고 움직이기
생선·고기를 약처럼 매일 섭취
진료실에 있다 보면 65세가 넘으면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경험한다. 어르신들 유행하는 표현으로 ‘6호선 5번 출구’ 즉 65세가 넘으면 키·외모·자식 보다 더 많이 하는 이야기가 바로 내 혈압·혈당 수치다. 70, 80살에도 늘 나에게 만족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방법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그 동안 고생한 관절에게 매일 아침 저녁 감사의 문안 인사를 하는 것이다. 아침 문안이 어렵다면 저녁 문안 인사라도 해 보자. 잠에 들기 전에 앉아서 ‘아이고~ 내 어깨 오늘도 고생했습니다. 고맙습니다’하면서 어깨를 돌리자.
근육도 별로 없는데, 몸을 지탱하느라 애 쓰는 목·허리 척추 관절에게도 문안 인사를 하자. ‘참 고생 많았습니다’하면서 목도 돌리고, 옆구리 스트레칭도 한 번 하자.
이렇게 오랫동안 말없이 몸을 지탱해 준 관절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이다. 시간이 되면 손가락 하나하나 접었다 폈다, 팔목도 돌려보자. ‘이 손이 밥하고, 일하고, 자식 키우고, 내 입에 밥 넣어주고 그랬네, 참 고맙습니다.’
또 다리를 펴서 발목도 돌리고, 발가락도 쭉 폈다가 오므렸다가 하면서 ‘하루 종일 이 무거운 몸을 지고 다닌 종아리, 발 고맙습니다.’ 누운 자세로 자전거 타기를 하면서 무릎관절에게도 감사하는 시간을 갖고 잠에 들자. 아침에 일어나서도 시간이 되면 관절에게 아침 문안인사를 해 보자. ‘하루 잘 부탁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문안 인사가 아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번씩 살피고 움직이는 시간이 된다. 아침저녁 몸 구석구석을 살피고 움직임을 확인하시는 것은 시니어 건강 관리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사실 손가락 끝, 발끝은 아프기 전에는 잘 생각하지 않고 지내는 부분이다. 나이가 들면 상처가 나도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있다. 매일 몸 구석구석 관절에게 문안 인사를 하면 운동될 뿐만 아니라 몸도 살피는 것이 된다. 또한 내 몸에 감사하는 시간이 돼 마음도 힐링이 된다.
두 번째, 우리 몸 근육에게 움직이기 전에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앉았다 일어날 때, 그냥 생각없이 훅 일어나면 갑자기 ‘핑~’ 돌면서 어지러울 때가 있다. 이런 증상을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한다. 빈혈이나 머리 문제가 아니고, 하지 근육이 줄어 다리에 정체된 피가 몸이 일어나는 속도를 못 따라가 일시적으로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 어지럽게 된다.
문제는 나이가 들어 ‘핑~’ 도는 어지러움은 일시적이지만 몸의 균형을 읽고 넘어질 수 있어 자칫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일어날 때 그냥 일어나지 말고, ‘장딴지야, 무릎아 이제 일어나자~’하고 일어나야 어지러움이 덜 하다. 또 식사할 때도 ‘위야, 이제 먹거리가 내려간다. 소화 잘 부탁한다.’ 하고 꼭꼭 씹어 넘겨야 소화가 잘 된다. 위장도 근육이기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운동성이 좋아진다.
물건을 들 때도 팔·허리·엉덩이·다리에게 ‘이제 물건을 들 거야~’ 말하면서 들자. 그래야 좀 더 바른 자세로 들 수 있고, 부상 위험도 덜하게 된다. 시도 때도 없이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그 전에 몸에게 말을 걸어보자. 일상생활에서 소소하게 불편했던 증상이 어느새 좋아진 것을 느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기나 생선을 약으로 여겨 매일 먹자. 노인 장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다. 진료실에서 고기나 생선을 먹으라고 하면, ‘아~ 고기가 진짜 먹기 싫은데요’라고 말하는 어르신들이 있다.
기억하시라. 고기를 먹고 싶은 마음이 젊음을 의미한다. 노쇠해지면 고기가 먹기 싫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단백질은 같은 양을 먹었을 때 탄수화물·지방보다 같은 더 적은 칼로리가 흡수된다. 즉 단백질은 소화 흡수에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
그래서 몸이 노쇠해지면 소화하기 힘든 음식을 먹고 싶지 않게 만든다. 과거에는 이러다가 60쯤 되면 다들 돌아가셨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남성 80세, 여성 86세다. 남은 시간을 기력 없이 어질어질하면서 살지 않으려면 고기나 생선을 매일 손바닥만큼(100g 정도) 먹어야 한다.
<이경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