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수수료 30% 안 물면 소비자 부담 줄 수도
미국 법원이 애플에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의 외부 결제를 허용하라고 판결함에 따라 앱 가격이 인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제매체 CNBC는 앱·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애플의 앱 수수료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다면서 그 결과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앱 가격이나 구독료가 내려갈 수도 있다고 7일 보도했다.
애플은 지난달 10일 연방법원으로부터 개발자들에게 앱에 외부 결제용 링크를 넣을 수 있도록 허용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애플은 12월 7일부터 이와 관련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앱 개발자들은 앱 결제액의 최대 30%인 애플의 수수료를 우회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여러 개의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 애플이 개정해 새로 내놓을 앱 스토어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수수료를 우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요금 청구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패들’은 3종류의 아이폰 결제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 이 중 하나는 애플의 규정에 들어맞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그중 하나는 앱에서 ‘지금 업그레이드’란 버튼을 누르면 외부 웹페이지로 연결돼 애플페이나 페이팔 같은 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앱을 구독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용자들의 구독 현황을 관리하는 툴을 개발하는 레버뉴캣도 개발자들이 자기 앱에 추가할 수 있는 웹브라우저 기반의 결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패들은 외부 결제를 대행하면서 판매액의 5∼10%를 수수료로 부과할 계획이다. 이는 15∼30%인 애플의 수수료율보다 낮은 것이다. 이렇게 절감된 부분이 소비자 몫으로 돌아올 수 있다.
또 만약 애플이 외부 결제용 링크가 있는 앱은 인앱 결제(앱 내부에서 이뤄지는 결제)도 같이 허용하도록 할 경우 앱 개발사가 외부 결제와 인앱 결제를 통한 구매액을 차등화할 수도 있다.
일례로 음악 서비스 업체가 애플이 수수료를 떼어가는 인앱 결제로 구독할 경우 월 9.99달러를 물리고, 수수료가 없는 외부 링크를 통해 구독할 때는 월 6.99달러만 내도록 할 수 있다고 CNBC는 보도했다.
반면 외부 결제가 허용돼도 이용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반론도 있다. 결제를 위해 앱에서 빠져나와 외부 웹페이지로 옮겨가는 번거로움이 있는 데다 아이폰의 설정 기능에서 구독 현황을 관리하는 대신 개별적으로 이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이번 조치로 애플이 입을 타격이 제한적이기는 해도 특히 비싼 구독 결제가 외부 결제로 많이 이뤄지면 내년 수익이 최대 4%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최대 4% 수익이 줄겠지만 감소율이 1%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더 높다며, 이번 조치가 시행돼도 1년∼1년 반 뒤에는 애플의 성장률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 등에 자사 앱 장터인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앱 판매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챙겨왔다.
인기 1인칭 슈터(FPS)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인 에픽게임스는 이런 관행이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작년 8월 소송을 냈고 법원은 지난달 애플에 외부 결제를 허용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