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3배 오르고 신차 구할 수 없어 소비자 불만
샌호세에 거주하는 존 히메네즈는 아이들과 디즈니랜드 관광길이 렌터카 때문에 망치게 될 줄 몰랐다고 했다. LA국제공항(LAX)에 도착한 히메네즈씨는 애초 예약한 소형 승용차를 받기 위해 공항 근처에 있는 ‘달러 렌터카’를 방문했다. 렌터카 업체는 차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체 차량을 배정했는데 내부에서 담배와 마리화나 냄새가 진동하는 밴 차량이었다. 히메네즈는 “두 시간을 더 기다려 다른 차를 받았는데 이번엔 에어컨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는 한 눈에 봐도 낡은 밴 차량이었다”며 “소형 차량이 아예 없다는 것을 알고 환불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씁쓸해 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빚어진 신차 부족 상황이 결국 차량 렌트 시장을 총체적 난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렌트 차량이 부족해지면서 렌트 예약 지연 사태에 가격 급등은 물론 예약 차종이 아닌 다른 차종이 배정되는 등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지만 렌트 차량 부족 사태로 나타난 총체적 난국 상황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어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최근 LA타임스(LAT)가 전했다.
렌터카 부족 사태는 업체들이 보유한 차량의 마일리지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마일리지가 2만5,000마일에서 5만마일 정도만 되면 렌터카 업체들이 차량 교체에 나섰지만 신차 자체가 부족하다 보니 9만마일 된 차량도 팔지 않고 보유할 정도다. 심지어 렌트용 차량을 확보하기 위해 이전에 판매했던 차량들을 되사오는 경우도 늘고 있다.
렌트용 차량 부족 사태는 결과적으로 렌터카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행 예약 웹사이트인 ‘호퍼닷컴’(Hopper.com)에 따르면 올 여름 시즌 렌터카 비용은 1일 평균 최고 가격이 120달러로 올 연초 45달러에 비해 세 배 가까이 올랐다.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연말로 갈수록 렌터카 비용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인력난도 렌터카 업체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제때 인력 충원이 되지 않다 보니 소비자 응대에 소홀히 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소비자들은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렌터카 업체의 총체적 난국의 빌미가 된 것은 전 세계로 번진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 사태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칩 주문을 취소하자 칩 생산업체들도 감산에 들어갔다. 이후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함께 자동차 신규 수요가 급증했지만 차량용 반도체 칩 생산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신차 생산 감축 현상이 발생했다. 신차 물량 부족 사태는 렌트 차량 부족으로 이어져 지난해 렌터카 업계에서 사들인 신규 차량은 80만대로 2019년 수준의 절반 밖에 렌트 차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문제는 렌터카 업체들의 차량 부족 현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이 해소되기까지 1~2년 소요된다는 점에서 렌터카 부족 현상은 2022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