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라면 업체 미주법인 3파전 돌입,‘무한 경쟁’
삼양식품, 판매망 구축 농심·오뚜기에 도전장
한류 열풍에 수요 급증, 수출만 8,000만달러 넘어
‘삼양라면’으로 유명한 한국 ‘삼양식품’이 미국에 판매 법인을 이번 달에 설립해 출범한다. 삼양식품의 미국 법인 출범으로 앞서 미주 라면 시장을 주도해 왔던 농심아메리카와 오뚜기아메리카와 함께 한국 라면업체의 미국 법인 3파전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삼양식품이 도전장을 내고 농심과 오뚜기가 수성의 입장에 서는 형국으로 미국 라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한국 라면업체의 ‘아메리카 법인’ 사이의 판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 삼양식품은 미국 판매법인인 ‘삼양아메리카’(가칭)를 설립하기로 발표하고 200만달러를 법인 출자금으로 현금 출자한다. 한국 공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이번 달 31일에 삼양아메리카 주식 100%를 취득하는 형식으로 삼양아메리카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번 달에 설립되는 삼양아메리카는 지난 2019년 설립된 삼양식품의 유일한 ‘삼양재팬’에 이어 두번째 해외 법인이다. 그만큼 미국 판매법인 설립은 미국 내 한국 라면 수요 증가에 따라 전략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추진되었다는 게 한국 라면업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국 라면업체들은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 관세청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라면의 해외 수출액은 3억1,968만달러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5.6% 상승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 한국 라면의 미국 수출액은 3,730만달러다.
K-팝과 K-컬쳐와 같은 문화 수출의 후광으로 한국 라면의 대미 수출은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한국 라면의 미국 수출액은 3,560만달러였던 것이 2018년에는 5,040만달러로 5,000만달러대로 올라선데 이어 지난해에는 8,230만달러로 급상승했다.
K-라면이 미국 시장에서 판매 신장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 삼양아메리카가 농심아메리카와 오뚜기아메리카에 도전장을 내밀 게 된 동력이 된 셈이다.
삼양아메리카는 설립 후 신제품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은 백인 계층을 공략하기 위해 면발이 쫄깃한 건면이 전략적 제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히스패닉 소비자를 대상으로 타파티오라면으로 히스패닉 마켓과 코스트코 매장에 입점했던 성공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세분화한 제품을 승부수로 던질 것으로 보인다.
삼양아메리카의 도전장에 농심아메리카와 오뚜기아메리카는 아직 가시화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경쟁 상황에 대비해 전략 수립에 나서고 있다.
농심아메리카는 삼양아메리카의 출범으로 삼양라면의 불닭볶음면과 함께 신제품이 론칭을 위해 삼양식품의 초기 공격적인 투자에 적절하게 대응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 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라면과 신라면 블랙, 너구리 등 대표 제품들이 지난해 대비 20%의 판매 신장을 보이고 있는 데다 오는 12월부터 코로나 지역의 제2 공장을 가동해 현지 라면 생산량을 늘리면서 시장 수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제2공장은 건설 공사는 완료된 상태이고 현재 라면 생산 라인 설치 작업이 한창이다.
농심아메리카 관계자는 “삼양아메리카의 목적과 방향 등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초기 단계여서 확실한 대응 방안을 말하기에는 이르다”며 “다만 12월 제2공장 가동으로 한인 시장 수성은 물론 세계 1위 라면 업체로 도약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뚜기아메리카 역시 상황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삼양아메리카 출범으로 다져 놓은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반응이다. 진라면과 북경짜장의 선전으로 봉지면은 20%, 용기면은 1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오뚜기아메리카 역시 현지 공장 설립으로 장기적인 시장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오뚜기아메리카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를 위한 준비 작업 중이어서 삼양아메리카의 설립으로 시장 점유율에 타격이 있을 수도 있다”며 “라미라다 공장 부지 이외에도 다른 지역에 공장 부지를 마련하는 등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