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혈액검사만으로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영선 고려대 구로병원 간센터 교수와 김정안 고려대 의대 의과학연구지원본부 연구교수 연구팀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환자 24명 혈액의 miRNA(혈청 마이크로 RNA)를 분석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진단할 수 있는 혈액 내 생체 표지자(바이오마커)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자의 25%에서 나타난다. 단순 지방간과 달리 간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돼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방간은 초음파검사로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지만 단순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감별하려면 간 조직 검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간 조직 검사는 검사비가 비싸고,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손쉽게 시행할 수 없어 단순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구분할 수 있는 비침습적 검사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연구팀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자의 혈액 분석에서 확인된 2,588개의 miRNA 중 지방간염 환자에게서 뚜렷이 발현한 miRNA를 선별했다.
그 결과, 4가지 miRNA(miR-21-5p·miR-151a-3p·miR-192-5p·miR-4449)가 지방간염 환자에게서 유의미하게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단순 지방간과 지방간염을 구분하는 데 유용했다.
이들 지표를 활용했을 때 지방간염 진단 정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곡선하면적(AUC·1에 가까울수록 진단 정확도가 높음)은 0.875로 효과적이었다.
연구팀은 이 지표가 실제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을지를 확인하기 위해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모집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환자 37명의 혈액 샘플을 검증했다. 이 분석에서도 AUC 값이 0.874로 정확도가 높았다.
김정안 교수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진단 키트 및 신약 개발과 관련된 인자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영선 교수는 “혈액 채취만으로도 지방간염을 감별할 수 있는 지표를 밝혀낸 것”이라며 “전체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자 중 지방간염 환자를 구분함으로써 간경변증 및 간암 악화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