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이후 크게 수그러들었던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강력한 전염성의 인도발 변이인 '델타 변이'가 주도권을 쥐면서 미국도 영국이나 이스라엘처럼 '대규모 백신 접종 뒤 재확산'이란 경로를 밟게 될지 주목된다.
CNN 방송은 2일 미 존스홉킨스대학의 집계를 분석한 결과 최근 미국에서 6일 연속으로 7일간의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1일 기준 7일간의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1주일 전과 비교해 9.08% 상승했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6월 16∼22일의 하루 평균 신규 감염자가 1만1천428명이었는데 23∼29일에는 이 수치가 1만2천609명으로 10% 올라갔다고 1일 밝힌 바 있다.
월렌스키 국장은 델타 변이를 위협으로 지목하면서 "앞으로 몇 주 새 델타 변이가 (영국발 변이인) 알파 변이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별로, 카운티별로 보면 사람들이 백신을 맞지 않은 지역사회가 취약한 채 남아 있다는 사실이 뚜렷하다"며 "우리가 초(超)전염성의 델타 변이 확산을 계속 모니터링해보면 이는 모두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47.0%)가 백신 접종을 마쳤고, 18세 이상 성인 3명 중 2명(66.7%)은 적어도 1회 백신을 맞는 등 백신 접종이 상당히 진전된 상태다.
그런데도 작년 12월 백신 접종 개시 후 대체로 감소세를 보인 신규 확진자 추이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역별 사정을 봐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백신 접종률이 가장 낮은 주에 속하는 아칸소주의 경우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아칸소대학 캠 패터슨 총장은 "아칸소주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만약 이런 상황이 추세로 이어진다면 아칸소주는 3차 확산의 시작점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국 평균보다 접종률이 조금 더 높은 로스앤젤레스(LA)카운티에서도 보건 관리들이 또 한 차례 새로운 확산이 벌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 카운티에서는 1일 506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는 4월 중순 이후 최대치다.
LA카운티 공중보건국장 바버라 퍼러는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400만명의 주민들이 또 다른 확산 위협에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퍼러 국장은 "델타가 우리의 회복에 위협이 되기에 충분한 백신 미(未)접종자들이 있다"며 "지금 마스크를 쓰는 것은 전염의 재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LA카운티는 델타 변이가 확산하자 미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CDC의 지침과 달리 백신 접종자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라는 권고를 내놓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는 날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독립기념일(7월 4일)이 다가오자 보건 당국은 "적절한 예방조치와 함께 축하하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백신을 맞았다면 높은 수준의 보호력을 갖춘 것이다.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리고 백신 맞는 걸 아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조정관은 "한발 물러서서 우리가 이룬 진전을 축하하기에 적절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주요 기념일인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사람들이 대거 여행에 나설 조짐도 보인다. 시카고시 항공국은 독립기념일 전 금요일인 2일 오헤어국제공항·미드웨이 국제공항의 항공 여행객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뒤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지아주의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 역시 가장 많은 여행객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