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무너져 내린 미국 플로리다주 아파트는 3년 전 100억 원이 소요되는 보수 공사가 필요하다는 견적을 받을 정도로 하자가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야외 수영장과 지하 주차장 등 곳곳에 심각한 손상이 있다는 진단에 뒤이어 대규모 금액이 투입되는 공사 필요성까지 제기됐지만 즉각적인 조처가 이뤄지지 못한 셈이다.
사고가 발생한 플로리다주 서프사이드 당국이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구조공학 기업인 '모라비토 컨설턴츠'는 2018년 이 아파트를 보수하는 데 910만 달러(102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고 AP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이 중 주차장과 현관, 수영장 수리에 드는 비용만 380만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해당 보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보수 비용의 견적을 낸 모라비토 컨설턴츠는 3년 전 현장 점검을 벌여 아파트의 문제점을 지적한 업체이기도 하다.
이 업체는 당시 서프사이드 당국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일부 가벼운 손상도 있지만 콘크리트 부식 부위는 대부분 신속하게 보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수영장을 둘러싼 상판(deck) 아래 방수제에 하자가 있어 그 밑의 콘크리트 슬래브에 중대한 구조적 손상이 생겼다면서 방수제와 슬래브 교체를 권고했다.
수영장 밑에 있는 지하 주차장 곳곳에서도 손상 부위가 발견됐고, "콘크리트 기둥과 벽에 금이 가고 바스러진 부위가 많이 관측됐다"고 보고서는 적시했다.
또 점검 당시 기존 하자를 에폭시 수지로 보수한 흔적이 있었지만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새로운 균열이 생기는 등 제대로 된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모라비토 컨설턴츠는 1981년 완공된 이 아파트에 대한 40년 만의 재인증 절차를 앞두고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 구체화하기 위해 작년 6월 다시 해당 업무를 맡았다.
이 회사는 성명에서 "빌딩이 붕괴할 시점에 지붕 보수가 진행 중이었지만 콘크리트 복원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물하자 전문 변호사인 그레그 슐레진저는 AP와 인터뷰에서 "이 모든 문제는 신속히 다뤄졌어야 한다"며 "건물 관리자는 문제를 뒤로 미뤘고 유지보수는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AP는 2018년 점검 보고서에 시급한 위험에 대한 경고는 없었다면서 당시 관측된 손상이 건물 붕괴의 원인이 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지난 24일 새벽 플로리다에서는 서프사이드의 해변에 위치한 12층짜리 챔플레인 타워의 아파트 중 50채 이상이 붕괴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현재 5명이 사망했다는 집계가 나온 가운데 나흘째 구조·수색 작업이 진행중이지만 무려 156명이 실종돼 추가 피해 우려가 큰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