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향 남부주 중심 65세 이상 20% 정도 백신 접종 꺼려
방역규제 완화·델타변이 확산 속 '화약통' 우려
미국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남부지역 노령층 탓에 방역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최소 20%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도 접종하지 않은 주가 11곳에 달한다.
이들 주는 정치적으로 보수 색채가 짙은 남부에 주로 있다.
앨라배마, 아칸소,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조지아, 아이다호, 미주리 주는 미접종 고령층이 20% 정도다.
웨스트버지니아, 와이오밍 주에서는 그 수치가 20%를 넘는다.
이들 11개 주 가운데 작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곳은 조지아주를 제외한 10곳이고, 조지아주는 초접전이었다.
65세 이상 인구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을 앓거나 사망할 위험이 다른 연령층보다 높다.
그 때문에 미국은 이들 고령층을 우선 접종 대상자로 분류했고 1회 이상 접종률이 87%로 다른 연령층보다 높게 나타난다.
고령층 접종률이 낮은 11개주의 문제는 백신 부족이나 공급망 부실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음모론이나 사이비 과학 신봉, 자유주의적 사고방식 등 미국 보수층에서 나타나는 성향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마이클 새그 미국 앨라배마대 의학과 교수는 "해당주의 사람들에게는 백신접종이 자신에게 이익이라고 설득하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앨라배마를 비롯한 남부 주들을 보면 문제는 자원이나 노력 부족이 아니라 메시지를 거부하는 인구"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집단이 백신 접종을 완강히 거부하는 상황은 현시점에서 미국에 닥친 고비로 관측되기도 한다.
면역 보유자가 늘어 마스크 착용 규제가 해제되지만 전파력이 강한 델타(인도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그 교수는 "우리가 지금 화약통 위에 앉아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전염병 창궐은 결국 사람 대 사람, 지역사회 전파"라며 "누가 감염되고 그 주변에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전파가 활발한 집단이 생기게 된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