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층 파괴를 경고한 연구로 1995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멕시코의 마리오 몰리나(77)는 지난 7일(현지시간)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활발한 연구와 대외활동을 이어갔다.
저명한 노화학자가 마지막까지 강조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막기 위한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이었다.
8일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몰리나의 마지막 큰 싸움이었다"고 표현했다.
고인은 지난 6월 미국 대학 연구팀 등과 함께 코로나19 전파를 막는 데 마스크 착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연구를 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해당 논문에서 연구팀은 이탈리아와 미국 뉴욕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 전후의 코로나19 감염률을 비교했다.
공저자였던 몰리나는 당시 "우리 연구는 감염자가 기침할 때 뿜는 침방울뿐 아니라 감염자가 말할 때 나오거나 공기 중에 남아 떠다닐 수 있는 에어로졸 흡입을 막는 데 마스크 착용이 유용하다는 것을 매우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과 함께 한 화상회의에서 시민들에게 마스크의 중요성을 직접 강조하기도 했다.
고인은 좀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여러 차례 마스크 착용을 호소했다.
지난 8월 화상 학술행사에서 그는 "과학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하는데 안타깝게도 정치인들은 그러지 않는다. 정부 고위 인사들이 국민에게 마스크를 쓰는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과학으로 인류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려 했던 고인의 별세 소식에 멕시코 정치인들도 한목소리로 애도했다.
마스크뿐 아니라 에너지 정책에서도 고인의 쓴소리를 들었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위대한 멕시코 과학자이자 환경 수호자"인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유족에게 위로를 보냈다.
마리오 몰리나는 1970년대 염화불화탄소(CFC·프레온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하는 구조를 규명한 연구로 1995년 미국의 셔우드 롤런드, 네덜란드 파울 크뤼천과 함께 노벨화학상을 받은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