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기름에 튀겨 꿀물에 퐁당…“내 할머니 유과가 최고야”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19-03-21 09:09:17

기름,꿀물,유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돈키호테’에 나온 잔칫집 풍경. 축제의상을 입은 농부들이 풍악을 울리고, 전문 무희들이 꽃춤과 칼춤을 추며 흥을 돋우고, 오십여 명의 전문요리사가 동원되어 군부대를 먹일만한 양의 요리를 한다. 느릅나무 꼬챙이에 꿰어지는 송아지, 양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 끓고 있는 가마솥, 거기 추가될 산토끼며 암탉 등이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주정강화와인이 가득 든 가죽부대, 탈곡장의 밀가루더미처럼 널려 있는 흰 빵, 담장을 이룬 치즈덩어리. 가히 부자 가마초의 결혼식답다. 이중에서 산초의 눈을 사로잡은 바로 그것은 밀가루 반죽을 튀기는 커다란 기름 솥 두 개다. 기름에 튀긴 다음 커다란 삽을 이용해 옆에 준비된 꿀 냄비 속으로 던지는 모습이라니. 중세시대부터 먹던 스페인 전통 꿀과자, 플로레스 사르텐(flores de sarten)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직역하자면 쇠 꽃 혹은 튀긴 꽃. 꽃모양 쇠틀에 걸쭉한 밀가루반죽을 묻혀 튀긴 다음 꿀이나 설탕을 입혀 먹는다. 일단 활짝 핀 꽃잎 모양에 가슴이 설레고, 튀김과자의 바삭한 식감과 꿀물의 달콤함이 조화로운, 그야말로 눈과 귀와 입이 동시에 화사해지는 튀김과자다. 틀을 사용하지 않고 밀가루 반죽 그대로 튀겨내는 것은 프루타스 사르텐(Flutas de sarten). 튀긴 과일이라는 이름. 어쨌거나 전자가 후식계의 모란꽃이라면 후자는 후식계의 망고스틴이다. 그런데 이 튀김과자 어쩐지 낯이 익다. 우리의 전통과자 유과 약과 매잡과 유밀과랑 모양도 맛도 참 많이 닮았다. 한 뿌리에서 나온 것인지, 인간들 먹고 즐기고 생각해내는 요리법이란 게 고만고만한 것인지, 어쨌거나 달콤한 튀김과자.

지금이야 모양도 곱고 알록달록 색도 입힌 유과 약과를 너무나 흔하게 먹지만, 내 어릴 적에는 제사나 명절 때나 맛볼 수 있던 고급 과자로 여겨졌다. 말린 유과반죽을 튀길 때 화사하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튀김 솥 옆에 바싹 붙어 앉아 하나씩 훔쳐 먹으면 조청 없이도 뜨뜻하니 고소하니 감질나니 참으로 맛있었더랬다. 엄마에게 할머니 유과가 그립다 말했더니, 엄마 짐짓 으스대며 대답하기를, 엄마 유과는 별거 아냐 우리 할머니 유과가 진짜 유과지, 하신다. 이건 뭐 엄마랑 마주 앉아 제 할머니 대결이라니, 내 할머니면 자기 엄마면서, 나도 할머니 있다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 당신 할머니 유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들어나 봅시다요.

엄마가 만든 거랑 비교도 안 되지. 담백하니 고소하니. 일단 찹쌀을 물에 오래 불려. 오래 놔두면 냄새도 나고 끈적하니 그래. 말하자면 삭히는 거지. 그걸 빻아 가루를 내서 찐 다음에 절구에 막 치대. 그럼 끈적끈적하니 야들야들하니 떡처럼 되거든. 거기다 밀가루 좀 넣고 납작하게 밀어. 삼각형도 만들고 사각형도 만들고 손가락 모양도 만들고 아주 이쁘게 만들지. 이걸 제대로 바싹 말리는 게 중요해. 잘 안 마르면 잘 부풀지도 않고 딱딱하니 맛이 없거든. 이걸 숯불에 굽는다. 요즘에야 기름이 흔하다만 옛날엔 기름이 얼마나 귀해. 그러니 굽지. 튀길 줄이나 알간? 숯불 화로에 석쇠 놓고 굽는 거야. 콩기름 솔솔 발라, 숟가락으로 살살 눌러가면서, 타지 않게 노릇노릇. 그럼 느끼한 맛이 없이 아주 담백하지. 거기에 조청 발라 옷을 입히는데, 우리 할머니는 쌀 튀기가 아니라 매화를 입혔단다. 도정하지 않은 벼를 뜨거운 모래에 넣고 볶으면, 벼가 빵빵 터지면서 꽃모양처럼 아주 이쁘게 벌어지는데 그걸 매화라고 그래. 빻아서 쓰기도 하고 그대로 쓰기도 하고, 남은 껍질은 일일이 다 골라내서 얼마나 꼼꼼히 예쁘게 만드시는지. 그걸 매화 입혔다고 매화과라고 했어. 얼마나 예쁘고 얼마나 맛있어.

추억이 엄마 얼굴에 꽃을 피웠다. 방그레 입맛 다시는 매화과. 숯불에 구워 매화 입힌 유과 승. 엄마 할머니 승. 하지만 그 맛을 본 적 없는 나는 아무래도 내 할머니 유과가 최고. 이름이 뭐든 어디서 튀기든, 기름에 튀겨 꿀물에 퐁당 빠뜨린, 어쨌거나 튀김 꿀 과자가 최고다.           <천운영 소설가>

기름에 튀겨 꿀물에 퐁당…“내 할머니 유과가 최고야”
기름에 튀겨 꿀물에 퐁당…“내 할머니 유과가 최고야”

중세시대부터 스페인인들이 즐겨 먹던 전통 꿀과자 플로레스 사르텐. 

기름에 튀겨 꿀물에 퐁당…“내 할머니 유과가 최고야”
기름에 튀겨 꿀물에 퐁당…“내 할머니 유과가 최고야”

스페인 전통 꿀과자 플로레스 사르텐의 또다른 종류.              <사진=천운영 작가 제공>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둘루스 아파트가 성매매 온상...아시안 남성 체포
둘루스 아파트가 성매매 온상...아시안 남성 체포

20대 아시안 남성 창제 리 체포 조지아주 귀넷 카운티 둘루스 소재 평범한 아파트 단지가 성매매와 인신매매의 온상으로 드러나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귀넷 카운티 경찰은

90세 한인노인 김준기씨 살해사건 재판 시작
90세 한인노인 김준기씨 살해사건 재판 시작

90세 한인 이민자 54차례 칼에 찔려보안요원 자넷 윌리엄스 유력 용의자 애틀랜타 벅헤드의 한 노인 아파트에서 90세 한인 김춘기 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전직 보안요원의

콜럼버스, 항공우주 거점 도약
콜럼버스, 항공우주 거점 도약

켐프 "주-기업 파트너십 놀라운 증거"F-35 등 핵심 엔진 부품 생산 확대 24일 켐프 주지사는 셰인 에디 프랫 앤 휘트니 대표, 스킵 헨더슨 콜럼버스 시장 등 정재계 인사들과

조지아 의회, 백년대계엔 한목소리
조지아 의회, 백년대계엔 한목소리

주하원, 교육관련 법안 초당적 승인 조기 문해력법안은 압도적 표차로 고교 휴대전화금지 등 무더기 승인  주 하원이 24일 교육과 관련된 다수의 법안을 초당적 지지 속에서 무더기로

조지아 ‘이민구금시설 중심지’ 불명예
조지아 ‘이민구금시설 중심지’ 불명예

국토안보부, 소셜셔클시 창고 이어귀넷인접 오크우드 시설 매입 완료 각각 1만명 ∙1천500명 수용 가능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이 귀넷 인접 지역에 추진하고 있는 이민자 구금시설

애팔래치고 총격  피의자 부친 180년형 가능성
애팔래치고 총격 피의자 부친 180년형 가능성

피의자 여동생 법정 증언“오빠 방에 항상 총 있어”아버지 거짓 진술 폭로   2024년 9월에 발생한 애플래치고 총격사건 피의자 아버지 콜린 그레이에 대한 형사 재판이 계속되고 있

세계한상대회 첫 민간 운영위원장에 황병구 회장
세계한상대회 첫 민간 운영위원장에 황병구 회장

투표 끝 박종범 후보 눌러 당선정부 아닌 민간 출신 첫 위원장올 24차 대회는 9.28-10.1 인천 황병구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장이 2026 세계한상대회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됐

GA 공화당, 시위 강력 처벌 밀어붙인다
GA 공화당, 시위 강력 처벌 밀어붙인다

주 상∙하원서 각각 소위 통과도로점거∙경찰방해에 중형시민단체 “표현의 자유 침해”  조지아 공화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공시위 및 집회를 제한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각각 주하원과

한인 건설사 이스턴, AA아키그룹과 협력 강화 시동
한인 건설사 이스턴, AA아키그룹과 협력 강화 시동

종합 시공사와 설계사가 협력 추구 조지아 둘루스에 본사를 둔 한인 종합 건설사 이스턴(Eastern, 대표 피터 김)이 건축설계사 AA아키그룹(구 현대종합설계)과 지난 18일 업무

소고기가 ‘금값’… 한인들 “갈비 먹기 겁난다” 한숨
소고기가 ‘금값’… 한인들 “갈비 먹기 겁난다” 한숨

정육코너 가격표 쇼크1년새 15% 이상 치솟아“도매가도 20~30% 올라”돼지고기 등 대체 수요  소고기 가격이 급등 속에 24일 LA 한인타운의 한 마켓에서 고객이 육류 제품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