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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들〉 94세 문인 윤열자 씨

지역뉴스 | 인물·인터뷰 | 2019-03-16 21: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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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삶의 역경, 작품 속에 온전히 담았어요"

'가끔 여명에 눈뜨면/아련한 고향의 햇빛 마을로/내 마음 줄달음친다/그때 거기는 화평의 산천이/나의 어린 가슴에/수놓아 주더니/여자 되어 조국 땅 반평생 산/연륜을 쌓고/이방 땅에 왔는데/여기 딴 천지 사람들과 어울려/또 반평생을 살아도/나는 왜 지금도 거기가 그립다'<고향, 윤열자>

94년 세월 동안 절반씩 살아 온 한국과 미국, 살아 온 세월은 같지만 여전히 두고 온 고향 한국을 그리워 하는 노 시인의 그리움이 절절히 가슴에 와 닿음은 기자 뿐일까? 

지난 10일 창립 30주년을 맞은 애틀랜타 한인 문학회 기념 행사에서는 20년 이상 작품 활동을 해 온 회원들에게 감사패를 증정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당시 감사패를 받은 회원들 중에는 윤열자 씨가 포함됐다. 67년도 미국이민 후 75년 처음 문학 활동에 관심을 갖고 40년 이상 시와 수필 등 작품 활동을 해 온 윤 할머니를 던우디 소재 그의 자택에서 만나 봤다. 

50년 전 남편과 미국 이민길

이민수기 당선 뒤 본격 활동

'문예사조' 통해 정식 작가로

수필집 4권과 시집 3권 출간  

▲이민 오기까지의 배경에 대해 말해달라

"1925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 났다 당시 일제 치하의 시기에 국민학교를 다녔다. 내가 여학교를 2학년 다니던 도중 조국이 해방을 맞이했다. 그러다 보니 일본어를 곧 잘 구사하곤 했다. 이후 세월이 흘러 지금은 사별한 남편과 결혼을 하게 됐다. 남편은 산부인과 의사 였는데 결혼을 했다가 전 아내와 사별한 이후 나와 결혼했다. 결혼하고 막내가 7살에 접어들 무렵 문득 대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렇게 해서 동국대 영어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남편은 전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큰 아들을 유학 차 미국으로 보냈었는데 그 아들이 미군에 입대했다. 남편과 나 사이에서는 3남매를 뒀는데 남편이 54세쯤 됐을 무렵 아이들 교육을 위해, 또 큰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 67년 우리는 큰아들의 초청을 받아 미국으로 처음 건너오게 됐다"

▲미국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67년도에 몬트레이 시사이드로 와 처음 미국땅을 밟았다. 하지만 나와 남편은 의사소통이 수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영어영문과를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회화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때 남편과 함께 요양원에서 간호 보조원으로 일을 처음 구했는데 남편이 근무 일주일만에 해고 당했다. 큰 체구의 미국인들을 혼자 수월하게 움직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미군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국으로 발령을 받아 떠나게 되면서 상황은 더욱 녹록치 않아졌다. 결국 우리 부부는 큰 도시로 이주하자고 결정해 LA로 이사하게 됐다. 그때가 미국에 오고 나서 6개월 후였다. LA로 이주했을 당시 나는 전기제품을 만드는 공장일을 시작했고, 남편은 병원직원으로 채용이 됐다. 하지만 남편은 언어장벽 때문에 해고 당하기 일쑤였고 긴 생각 끝에 결국 내가 다니는 공장에 취직해 부부가 함께 공장에 다니기 시작 했는데, 의사생활을 하던 남편이 막노동, 공장일 등을 하려니까 몸이 버티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남편은 췌장암에 걸려 미국에 온지 4년만에 세상을 등지게 됐다. 이때가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가장 힘들었었던 것 같다"

▲그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71년에 남편은 잃었지만 생활 수준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공장 생활을 하면서 키펀치 일을 배워왔고 시험을 통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입사하게 됐다. 고객의 주소와 이름 등을 입력하고 업데이트 하는 등의 일이었다. 그러던 와중 75년도에 한국의 여성 월간지 주부생활 공모전에 '이민 길 되돌아보며'라는 수기를 써 제출해 입선했다.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에 돌입했다. 이민생활의 애환에 대해 많이 다뤘다. 한국 월간 '문예사조'에 시와 수필로 작가로 정식 등단했다. 이후 수필집 4권, 시집 3권을 발간해 총 7권의 책을 썼다"

▲많은 작품 중에서도 본인이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아무래도 나를 문학의 길로 접어들 수 있게 해준 '이민 길 되돌아보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민 길 되돌아보며'는 내가 남편과 함께 미국에 와 살아왔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살아왔던 일, 만학도로서 수도 없는 노력의 시간들과, 결실을 꽃 피우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힘겨웠던 생을 많은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부터 작품 생활을 시작했다. 그에 꼭 걸맞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밖에도 많은 작품 속에서 이민생활에 대해 다뤘다. 미국에 와서의 생활, 한국에 대한 그리움 등 여러 작품들이 나의 삶과 연결돼 있다. 내 작품들에는 내 삶이 온전히 녹아 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에 대해 소개해달라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미우라 아야꼬다. 일제 시대에 살았다보니 자연스레 일본 작품들을 많이 보게 됐는데 미우라 아야꼬의 작품을 그 당시에 제일 좋아했고 즐겨 읽었다. 미우라 아야꼬 특유의 사랑에 대한 표현법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애틀랜타 문학회에서 오래 활동했다고 들었다

"90년도에 BOA에서 정년 퇴임하고 나서 애틀랜타에는 96년도에 오게 됐다. 딸이 애틀랜타에 살고 있어서 근처에서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에 이주했다. 이주했을 당시에도 문학 작품들을 계속 써왔는데 99년 처음으로 한돌문학회에 들어가게 됐다. 현재는 애틀랜타 한인문학회라는 이름으로 회원들과 함께 20년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인락 기자

<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들> 94세 문인 윤열자 씨
<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들> 94세 문인 윤열자 씨
<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들> 94세 문인 윤열자 씨
<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들> 94세 문인 윤열자 씨

애틀랜타 문학회 30주년 행사가 끝나고 감사패를 든 윤열자 작가와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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