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메릴린치(Merrill Lynch)’ 브랜드가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스미스바니 등에 이어 금융위기 충격으로 사라진 월가 브랜드에 메릴린치도 10년 만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메릴린치를 인수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브랜드 퇴출 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5일 BoA는 투자은행(IB)과 트레이딩 부문에서 메릴린치를 떼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증권'으로 명칭을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금융 부문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만 부른다. 초고액 자산가를 상대하는 프라이빗 뱅크인 U.S 트러스트는 '뱅크오브아메리카 프라이빗 뱅크'로 불리게 된다. 다만 웰스 매니지먼트 부문 명칭은 '메릴린치'의 이름을 떼는 대신 '메릴'로 통합하기로 했다. 메릴린치 프라이빗 뱅킹&인베스트먼트 그룹은 '메릴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로 명칭을 변경한다.
이번 명칭변경은 브라이언 모이니핸 BoA 최고경영자(CEO)가 추진해온 브랜드 통합 정책의 일환이다. 모이니핸 CEO는 "우리는 기업 통합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웰스 매니지먼트 부문에 메릴린치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선 "해당 부문에서는 메릴린치가 넘버원 브랜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브랜드 변경이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BoA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 전체 실적이 완연히 회복하고 사내 통합도 궤도에 올라 회사 전체 브랜딩 파워 재고를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찰스 메릴이 친구 에드먼드 린치와 함께 1914년 설립한 투자회사가 바로 메릴린치였다. 메릴린치는 모든 일반 투자자들을 증시로 끌어들인다는 목표 아래 증권 중개업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메릴린치의 주식 브로커들에게 ‘선더링 허드(Thundering Herd·천둥 번개가 칠 때 한꺼번에 움직이는 소떼)’라는 별명이 불을 정도로 저돌적이고 일사불란한 행보로 이름을 날렸다.
메릴린치는 투자은행 부문으로도 사업 확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격탄을 맞고 뒤이어 금융위기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결국 2008년 9월 BoA에 500억 달러에 팔리는 신세가 됐다.
2008년 메릴린치를 인수한 BoA가 앞으로는 IB부분과 트레이딩 부문 명칭을 BOA 증권으로 변경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