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결정’앞서 재정전문가와 상담하는 것 필요
미국 주택 3분의1은 모기지 전액 상환, 에퀴티 100%
많은 홈오너는 본인들의 집이 모기지에서 자유로운 상태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일부는 모기지를 일찌감치 갚아 버리기 위해 저축 등 목돈을 쏟아 붓는 경우가 있다. 아까운 이자를 더 이상 내지 않아도 된다는 차원에서 이런 선택이 일견 합리적인 결정처럼 보이겠지만 항상 최선의 결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대신 어떤 이들은 어깨를 짓누르는 대출의 부담을 한꺼번에 벗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마음의 평화를 위해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예전에 받아 현재 갚아 나가고 있는 모기지를 대출 기간보다 앞당겨 조기에 상환하는 것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소개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여러 전문가들에 따르면 모기지 조기 상환은 결과적으로 더 많은 재정적인 부담을 지울 수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한 산수만으로 확인이 되는데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자 부담액이 목돈을 대신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다른 장기적인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즉, 모기지 조기 상환 보다는 투자가 더 낫다는 계산으로 연간 수익률로 계산한 투자 수익률은 거의 예외 없이 모기지 이자보다 높다는 게 정설이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모기지 이자율을 감안하면 대개 3.5~5.5% 사이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데 이 정도를 수익률로 따지면 이기기 힘든 수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주식에 투자를 했다면 최근 90년 사이 S&P 500 지수의 연 평균 수익률은 10% 가량을 기록해 모기지 이자율보다 높았다. 베이커스필드 ‘보웬 어카운팅’의 오너이자 공인회계사(CPA)인 리처드 보웬 대표는 “또 다른 장기 투자 대상인 부동산 수익률도 모기지를 일찍 갚아 버리기 위해 사용할 자금을 투자한다면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보웬 대표는 모기지 조기 상환으로 누릴 수 있는 베네핏과 리스크에 대해 상환 결정을 내리기 전 재정 전문가와 상의해야 할 것을 권했다. 예컨대 30년 모기지를 받아 5년간 갚은 뒤 25년치를 한꺼번에 상환해 버리는 것이 두고두고 내야 할 이자를 아껴줄 것 같지만 위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웬 대표는 “모기지 조기 상환을 미래에 낼 이자를 아끼기 위한 투자라고 본다면 모기지에 투자하는 것이 차라리 다른 투자처를 찾는 것보다 수익률이 낮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다만 주식이나 부동산이나 어떤 투자도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는 사실만 인지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불패신화라는 부동산도 만약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라스베가스에 투자를 했다고 가정하면 이후 전국 평균의 2배가 넘는 60% 폭락했던 점에 비춰 투자금도 잃고 알거지가 됐을 수는 있다.
■유동성 확보는 기본이다
재정 전문가들이 의견을 함께 하는 부분은 자산의 일정 부분은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산의 일부는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주식, 시장성이 있는 증권, 뮤추얼 펀드, 국채나 채권 등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집은 유동성이 없는 것으로 꼽히는데 집을 팔아 현금화하려면 수개월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자산의 유동화는 경기 하강기나 개인적으로 긴급한 상황일 때 더욱 중요하다. 당장 필요할 때 교환하고 활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만약 자산이 집이나 은퇴 계좌 등에 연계돼 있다면 시간은 물론, 비용도 들기 때문에 차라리 다른 대출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미션 웰스’의 아만다 토마스 어드바이저는 “목돈을 들여 모기지를 조기 상환하면 그만큼 유동성을 잃게 되는 셈”이라며 “조기 인출 시 많은 수수료 등이 들기 때문에 은퇴 계좌에 너무 많은 현금을 넣어두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보웬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기지를 조기 상환하고 싶다면 여기에 드는 목돈이 없어도 최소 6개월 이상 버틸 수 있는 비상금이 마련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결혼해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세후 월 소득의 최소한 3배가 은행 밸런스로 있어야 하고, 저소득층에 해당된다면 모기지를 갚는데 올인하기 전에 최소한 1,000달러 이상은 수중에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보웬 대표는 “갖고 있는 현금을 전부 끌어 모아 대출 잔액을 갚으면 모기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지만 그만큼 투자가 이뤄진 것”이라며 “매달 아낄 수 있는 모기지 페이먼트에 앞서 6~12개월 간 목돈이 없어도 최소한 버틸 수 있는 체력 비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축 못하는 이들에게 최선이다
재정 계획은 개인 성향에 크게 좌우된다. 가장 효율적인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소비 습관, 개인적인 계획, 얼마나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 최악의 경우 얼마나 잃을 수 있는지의 범위 등 재정적인 목표 뿐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개인적인 목적까지 포괄해서 감안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어떤 이가 소비성향이 크고 저축은 제대로 못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면 새로운 목적이 생긴다고 해도 쉽게 그 습관이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보웬 대표는 “가장 옳은 선택은 어떤 것을 할 것인지 정하는 것으로 개인적인 습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만약 돈이 생기면 소비하는 습관이 있다면 당장 모기지를 갚는데 돈을 소비하고 쉽게 현금화할 수 없는 집을 갖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런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모기지 조기 상환으로 향후 수년에서 수십년간 내야 할 모기지 이자를 아낄 수 있을뿐더러 집에 쌓인 에퀴티도 단숨에 늘릴 수 있는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다
부동산 정보전문 업체 ‘애텀’에 따르면 전국의 주택 중 34%는 모기지를 전액 상환해 집에 쌓인 에퀴티가 100%인 경우에 속한다.
토마스 어드바이저를 포함해서 많은 이들에게 이렇게 집을 100% 소유한다는 것은 컴퓨터로 계산할 수 없는 혜택을 준다.
특히 은퇴를 앞둔 홈오너 등은 향후 정해진 소득으로만 생활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 모기지 페이오프는 정신적인 해방의 의미도 있다.
토마스 어드바이저는 “개인적으로 모기지 대출을 모두 다 갚았는데 은퇴를 앞두고 빚을 청산해서 기분이 좋다”며 “계산기로 두드리면 손해일 수도 있지만 모기지를 다 갚았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고 다른 인생 계획을 세우기도 홀가분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식으로 모기지를 전액 상환하면 급전이 필요할 때는 집에 쌓인 100%의 에퀴티를 바탕으로 ‘홈에퀴티 라인오브 크레딧’(HELOC)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HELOC의 이자율은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 대출자에게 유리하고 집을 수리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하면 세금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본인의 재정적인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이에 걸맞게 자산을 재분배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적으로 계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감성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류정일 기자>
모기지 조기상환이라는 큰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재정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현명하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