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지속되는 폭염을 피해 산으로 바다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많다. 가족, 친구들과 휴가여행을 가면 바깥에서 고기를 많이 구워 먹는다. 그러나 육류를 불에 구우면 벤조피렌 같은 유해물질이 자연적으로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벤조피렌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일종으로 유기물질이 불완전 연소될 때 생성된다. 실외에서 공장 매연, 폐기물 소각, 자동차 배기가스 등으로 공기 중으로 배출된 벤조피렌은 호흡기로 노출된다. 특히 담배연기에는 고농도의 벤조피렌이 함유돼 있어 흡연할 때에도 벤조피렌에 노출된다.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대기 오염이 심하지 않은 곳에서 사는 사람일지라도 식품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벤조피렌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증거가 충분하다고 인체 발암물질(그룹 1)로 정하고 있다.
벤조피렌은 생활 곳곳에서 우리 건강을 노리고 있고 우리 식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벤조피렌은 식품을 제조ㆍ가공ㆍ조리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생기는 부산물이다. 특히 고기를 구울 때 불과 직접 접촉해 검게 탄 부위에 벤조피렌이 가장 많이 들어 있다. 육류의 지방이 고기에 떨어져 생긴 연기에도 다량 들어 있다.
그래서 훈제 육류나 훈제 어류를 많이 섭취하면 위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불(특히 직화구이)에 고기를 구워 먹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대장암,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다.
건강을 지키려면 벤조피렌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식품 조리에 조금만 주의하면 벤조피렌 노출을 줄일 수 있다. 벤조피렌 노출을 줄이는 첫 번째 방법은 조리법을 개선하는 것이다. 구이ㆍ튀기기ㆍ볶기보다 찌고 삶는 조리법을 이용하면 좋다. 굽을 때에는 고기가 불에 직접 닿는 석쇠보다 불판을 사용한다. 고기를 불판에 구울 때는 불판을 충분히 가열한 후 고기를 올려 굽는 게 좋다. 그리고 불판을 자주 바꾸고 구울 때 탄 부위는 없애고 먹어야 한다.
두 번째 방법은 조리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고기를 불에 구울 때 굽는 시간이 짧을수록 벤조피렌이 적게 생성된다.
세 번째 방법은 음식 조리 시 반드시 환기한다. 실내에서 고기를 구우면 공기 중 벤조피렌 양이 급격히 증가한다. 음식을 조리할 때 반드시 환기장치를 가동하고, 창문을 열어야 한다.
네 번째 방법은 연기 접촉을 줄여야 한다. 육류를 숯불에 구울 때 지방이나 육즙이 숯에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육류의 지방이 불꽃에 떨어지면 벤조피렌이 생기고, 연기가 육류 표면에 묻어 벤조피렌 농도가 늘기 때문이다.
이순호 식품의약품안전처 유해물질기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