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학생주도'총기규제' 시위물결
애틀랜타3만...워싱턴DC80만 운집
민주당 중심 정치인들도 대거 가세
트럼프는 골프 휴가... 시위에 침묵
지난 2월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 더글라스 고교 총격사건 생존학생들이 주도한 총기규제를 위한 행사가 24일 애틀랜타와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열렸다.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을 주제로 한 이날 행사에는 초·중·고교생은 물론 교사, 학부모, 일반시민은 물론 중앙과 지역 정치인들을 포함한 각계 각층 인사들이 참석해 "더 이상은 안된다" 등의 피켓을 들고 총기규제를 외쳤다.
▲애틀랜타
애틀랜타에서는 주최 측 추산으로 3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인권운동의 아이콘인 존 루이스 연방하원의원과 케이사 렌스 바톰스 애틀랜타 시장 등도 참가해 총기규제 연설에 나섰다. 또 플로리다 더글라스 고교 학생들도 참가했다.
이날 오전부터 주청사 앞 리버티 광장에는 속속 시위참가자들이 몰려 들었다. 시위대들은 도심 인근을 행진한 뒤 오후 3시께는 주청사 앞 리버티 광장에서 집회를 이어 갔다.
이날 집회에서 더글라스고 참사 생존자인 이 학교 재학생 알제크 자슬라브는 연설에서 "우리 세대가 이 광기를 끝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슬라브는 "지금은 우리가 어른이 아니지만 이 나라의 시민이기 때문에 곧 투표를 통해 AR-15보다 우리 생명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정치인들을 지지함으로써 비극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테네시에서 왔다는 메단 메이(28)이라는 여성도 연설에 나서 "전에는 투표를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총기규제법을 제정하려는 정치인들을 뽑기 위해 투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 전면에 선 루이스 의원도 "이제 그들(학생들)이 곧 21세기의 지도자가 될 것"이라면서 학생들의 주도로 이뤄진 이날 시위에 대한 강한 지지를 선언했다.
조카가 총기 희생자인 바톰스 시장도 "애틀랜타시는 언제나 여러분들과 함께 있다"며 역시 시위 지지의사를 천명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또 루이스 의원과 나란히 서서 집회를 이끌었던 한인 여학생도 주목을 받았다. 일리노이 오타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전해전 케일렌 김 양은 이날 집회에서 따로 연설에 나서 역시 총기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해 집회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워싱턴
주 행사가 열린 워싱턴DC에만 주최 측 추산으로 80만 명이 쏟아져 나왔다. 워싱턴DC 행사는 이날 정오부터 의회 일의사당 주변 무대를 중심으로 치러졌다.
엠마 곤살레스 등 총격 사건 생존학생들을 비롯해 20명의 청소년이 연이어 연단에 올라 총기규제를 호소했다. 곤살레스는 숨진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참사 순간을 생생히 증언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며 17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데 걸린 6분 20초에 맞춰 연설을 했다.
더글라스 고교 합창단은 희생된 친구들을 위해 만든 자작곡 '샤인'(shine·빛)을 불렀고, 중간중간 "우리는 더는 참지 않을 것이다", "함께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이어 나선 아리아나 그란데, 마일리 사이러스 등 유명가수들의 공연이 끝난 뒤, 인근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일대를 행진하며 총기규제 입법을 주장했다.
행사에는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9살짜리 손녀 욜란다 르네 킹이 깜짝 등장해 발언대에 올랐다. 욜란다는 1968년 암살자의 총격에 쓰러진 킹 목사의 50주기를 2주가량 앞둔 이날 할아버지의 1963년 명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를 인용한 총기규제 지지 발언으로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의사당 일대는 이른 아침부터 "다시는 안 된다", "더는 침묵하지 말라", "정치에서 미국총기협회(NRA) 돈을 빼라" 등의 글귀가 적힌 피켓이 넘쳐났다.
시위 행렬은 의사당에서 2.5㎞가량 떨어진 백악관 인근까지 이어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 휴양지인 마라라고 리조트로 떠나 부재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인근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으로 갔으며, 이QJS 행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뉴욕
필라델피아,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의 800여 곳에서도 행진이 이어졌다. 뉴욕 행진에는 영국의 록 밴드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가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CNN방송 인터뷰에서 1980년 총격에 희생된 동료 존 레넌이 발걸음을 이끌게 했다면서 "우리가 총기 폭력을 끝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조지 클루니와 인권 변호사인 부인 아말 클루니, 스티븐 스필버그 등 할리우드 배우와 감독, 유명 방송인들은 거액의 기부금을 쾌척해 행사를 도왔다. 이우빈 기자
24일 애틀랜타 도심 거리를 가득 메운 총기규제 시위대들, 3만여명이 참가했다.
24일 오후 수도 워싱턴DC 연방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총기규제와 총기협회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