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 ‘보석 불필요’ 판결
추방절차 완료시까지 구금가능
연방 대법원이 영주권자를 포함한 외국국적 이민자가 이민구치소에 수감된 경우, 추방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기간 제한 없이 구금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려, 이민자 권리를 크게 후퇴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연방 대법원은 지난 달 27일 이민구치소에서 3년 넘게 수감 중인 알레한드로 로드리게스 등 이민자들이 연방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추방대기 중인 비시민권자를 행정부가 무기한 구금하는 것은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또, 추방대기 상태인 이민자들에 대해 행정부는 반드시 보석을 허용할 필요는 없다고 대법원은 판시했다.
주심을 맡은 새뮤얼 알리토 대법원은 결정문에서 “연방법 어디에도 이민자의 구금기한을 제한하는 조항이 없으며, 이민구치소 수감자의 보석심리에 대한 규정도 법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알리토 대법관에 보수성향 법관들이 가세해 판결은 5대 3으로 연방정부가 승소했다.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은 이번 케이스 심리에 참여하지 않았고, 스테픈 브라이어,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등이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지난해 구치소 수감 이민자들의 보석 권한을 폭넓게 인정했던 샌프란시스코 연방 제 9순회 항소법원의 판결(본보 2017년 10월 4일자 보도)을 뒤집은 것으로, 이민자의 기본권리가 크게 후퇴시킨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연방항소법원은 “비시민권자에 대한 연방정부의 구금권한은 반드시 적절한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하며,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보석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심리를 열어야 한다”고 판결해 이민자들이 석방상태에서 추방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이 항소법원의 판결을 번복함에 따라 이민자들은 일단 수감되면 추방재판이 장기화될 경우, 평균 1년, 최장 3년 이상 구치소에서 나올 수 없게 된다. 또, 이번 판결은 구치소에 수감 중인 모든 외국 국적자가 대상이어서 범죄전과 불체자 뿐 아니라 범죄가 없는 난민 신청자나 사소한 범죄경력의 영주권자들도 이 판결을 적용받게 된다.
현재 연방법은 외국국적의 비시민권 이민자가 사소한 경범죄 전과를 이유로 수감된 경우에도 추방절차가 진행되는 기간 중에는 무기한으로 구금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연방 대법원은 이 케이스를 심리한 적이 있으나 당시에는 4대4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 이번에 최종 판결을 내리게 됐다.
소수의견을 낸 소포마요르 대법관은 “이번 판결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제멋대로 사람들을 구금하는 무법(lawlessness)국가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판결을 강력히 비판했다.
브라이어 대법관도 “이번 추방재판 결과 미국 체류가 허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도 이들이 수개월에서 수년간 구금되어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 대법원은 앞서 지난 2003년에도 이민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한인 김형준씨가 제기했던 소송에서 “추방당할만한 범죄를 저지른 이민자는 형기를 마친 후에도 추방될 때까지 구금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현재 이민법원에 계류 중인 추방소송은 60만건이 넘어서 사상 최악의 적체를 나타내고 있어 소송에 평균 13개월이 소요되며, 3년을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이민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민자들 중 약 수천여명이 보석 없이 3년 이상 수감 중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