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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가타·미야기 수빙 숲 사이로 스키 질주‘만화 속 설국’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18-02-09 09:09:30

도호쿠,일본,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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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흩날리는 눈발, 스키 타러 왔다가 통나무 산장에 조난당한 여행객, 사람 키만큼 높이 쌓인 눈의 벽…. 용의자들을 앞에 두고 고등학생 탐정은 외쳤다.“범인은 이 안에 있어!”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출시된 후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추리 만화‘소년탐정 김전일’의 한 장면이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좇으면서도, 눈길을 사로잡은 건 배경으로 펼쳐지는‘설국(雪國)’의 정취였다.

무서운 사건이 일어나는 것만 아니라면, 만화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을 정도로 이웃 나라의 설경은 인상적이었다. 그 만화 속 눈 세상, 일본 도호쿠(東北)지방을 다녀왔다. 험준한 산악지형과 침엽수에 소복이 앉은 눈 풍경은 강원도에 온 듯 친근하다. 그런데, 버스가 달리는 도로가 주변보다 한참 높다. 쓰나미를 막기 위한 방파제 역할을 겸하기 때문이다.

도호쿠의 중심 도시 센다이 해안지역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쓰나미 피해를 직격으로 맞았던 곳이다. 지금은 해안가를 빽빽하게 메웠던 송림 대신 듬성듬성 남은 소나무만이 쓰나미가 덮친 지역임을 암시할 뿐, 센다이의 일상은 치유를 반복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복구 공사에 한창인 인부들의 모습이 스치고, 밤이 되자 연말연시 도심을 밝게 빛내는 60만개의 전구가 반짝였다. 야마가타현과 미야기현은 다시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자오산이 만들어 내는 얼음 병마용 ‘수빙’

미야기현과 야마가타현의 경계에 솟은 ‘자오산’은 하나의 산이 아닌, 여러 개의 산봉우리와 화산지대를 통칭한다. 편의상 서쪽은 야마가타 자오, 동쪽은 미야기 자오로 불린다. 야마가타 자오온천 스키장은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한다. 일본도 스키 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라, 넓은 스키장이 더욱 광활하게 느껴진다. 어디든 인산인해를 이루는 국내 스키장과 달리 리프트와 슬로프를 독점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스키를 탈 줄 몰라도 상관없다. 케이블카의 일종인 ‘로프웨이’를 타고 해발 1,661m의 정상에 오르면 ‘얼음 왕국’이 펼쳐진다. 새파란 하늘과 새하얀 눈만이 세상의 전부인데, 우뚝 솟은 고인돌 형상의 물체가 눈에 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수빙(樹氷)’이다. 차가운 안개가 바람에 날려와 나무에 덕지덕지 붙어 굳은 수빙은 그 모습이 괴물 같아서 ‘스노 몬스터(Snow Monster)’라 불리기도 한다.

수빙은 고산지대에 자라는 분비나무, 풍부한 적설량, 낮은 기온, 강한 서풍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도 수빙을 볼 수 있는 지역은 많지 않다. 12월 초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한파가 한풀 꺾이는 2월이면 절정을 이루는데, 수빙 군락은 마치 얼음으로 만든 병마용을 연상케 한다.

자오온천 스키장의 백미는 정상에서부터 8km 구간 동안 수빙 사이를 미끄러지며 활강하는 잔게자카ㆍ쥬효겐 코스다. 습기가 없고 가루처럼 부드러워 ‘파우더 스노’라 불리는 눈으로 덮인 슬로프가 스키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얼음 하나 없이 폭신폭신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넘어지는 연습을 하기도 좋다. 스키장을 찾은 날, 초급 코스에서 연습에 열중하던 대만 관광객들이 남쪽 나라에서 보기 힘든 눈덩이를 하늘로 던지며 자오산의 겨울을 만끽하고 있었다.                        

<야마가타·센다이=이혜미 기자>

 

탱크 같은 설상차 타고 ‘수빙 투어’

미야기 자오의 수빙을 보기 위해서는 스미카와 스노파크에서 탱크같이 생긴 ‘설상차’를 타야 한다. 헤드라이트와 눈을 마주치면 으르렁댈 것만 같은 외관의 설상차는, 이름마저 사나운 ‘와일드 몬스터’. 10여명을 태운 차가 중력과 마찰력을 거스르고 해발 1,600m 일대의 수빙원(樹氷原)으로 향한다.

눈, 나무, 눈, 나무…. 창밖 풍경이 지루하게 반복된다. ‘탐정 만화 속 이야기라면 차가 고장 날 때가 됐는데’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로 ‘덜커덩’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멈춘다. 알고 보니 스노보드를 타기 위해 도중에 하차한 승객 때문이었다. 색다른 자극을 즐기는 사람들은 설상차를 타고 올라가 보딩을 즐기기도 한다. 험준한 데다가 인적이 드물어, 숙련자라도 가이드 동반은 필수다.

출발한 지 45분, 차가 멈추고 가이드의 안내에 모두 밖으로 나간다. 때마침 막 눈이 붙기 시작한 ‘꼬마 수빙’이 줄지어 서 있다. 2m 넘게 쌓인 눈에 발은 푹푹 빠지고, 거세게 뺨을 때리는 눈발을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강풍과 폭설을 동반한 극한의 자연환경을 견딘 자오산의 분비나무만이 멋진 수빙으로 거듭난다.

온천에 몸 녹이고, ‘이모니’로 속 데우고

온종일 차가운 스키장에서 넘어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면 콧물이 찔끔 나고, 근육은 뻐근하기 마련. 이럴 때 생각나는 게 바로 온천이다. 온천을 지척에 둔 것도 바로 자오산 일대 스키장의 장점이다. 야마가타 자오에서 도보 10분 거리에는 ‘자오 온천’이, 미야기 자오에서 차로 20분 거리에는 ‘도갓타 온천’이 여행객을 기다린다. 두 온천 모두 예부터 탕치장(치료 목적으로 이용되는 온천)으로 번성했다. 몸에 좋은 온천이라니, 목욕을 하는 것만으로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온천에서 뜨끈하게 몸을 녹였다면, 이제 든든하게 속을 데울 차례다. 도호쿠지방에서는 전통 음식인 ‘이모니(芋煮)’를 꼭 먹어 봐야 한다. 토란과 곤약, 고기를 넣고 끓인 국인데 지역마다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다. 야마가타현에서는 쇠고기와 간장을 넣어 끓이고, 미야기현에서는 돼지고기와 된장으로 맛을 낸다. 마치 불고기전골을 국으로 끓인 듯한 짭짤한 맛이라, 한국인 입맛에도 ‘딱’이다. 기름지고 따뜻한 이모니와 쌀밥 한 그릇이면 눈밭에서 소진한 모든 원기를 되찾은 느낌이 들면서 ‘아, 따뜻하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낮에는 동장군과 맹렬히 맞붙고, 밤에는 계절의 섭리에 순응하는 것이야말로 겨울을 충실하게 즐기는 방법일 테다.

 

[여행수첩]

●일본 도호쿠의 관문은 미야기현 센다이국제공항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아시아나항공과 전일본공수(ANA)가 매일 1회 공동 운항한다. 공항에서 센다이 시내까지는 차로 20분, 이웃 야마가타현 자오산까지는 1시간30분 가량 걸린다. ●미야기현서울사무소 홈페이지(miyagi.or.kr)에서 미야기현과 자오산에 대한 정보를 한글로 제공하고 있다. 인터내셔널 커뮤니케이션(japanpr.com)에서도 일본 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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