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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살은 키로 간다’?…무리한 감량 대신 찌는 속도 조절을

한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6-05-13 1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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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용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WHO,‘21세기 신종 감염병’규정… 질병 인식 확산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 13.8%로 일시 주춤

방치 땐 성장기 복합적 문제 유발·만성질환 위험 증가

 

<사진=Shutterstock>
<사진=Shutterstock>

 

 

3월 4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비만의 날’이다. ‘어릴 때 찐 살은 다 키로 간다’는 속설처럼 소아청소년 비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WHO가 비만을 ‘21세기 신종 유행병’으로 규정하면서 비만은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대한비만학회가 발간한 ‘2025년 비만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소아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하다가 2021년 이후 감소 추세를 보였다. 다양한 정책적 노력과 사회적 인식 변화에 기인한 결과다.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이던 2021년 19.3%까지 치솟았다가 2023년 13.8%로, 코로나 유행 직전인 2019년과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단순히 체형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간, 이상지질혈증, 혈당 이상을 비롯한 대사 이상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는 성인기까지 이어져 만성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소화불량과 같은 위장관 질환, 무릎·고관절 통증 등 근골격계 질환, 코골이·수면무호흡 등 호흡기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우울, 불안, 낮은 자존감, 학업 및 교우 관계의 어려움 등 심리·사회적 문제까지 동반하기도 한다. 성장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건강 문제인 셈이다.

 

소아 비만은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 수치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소아청소년 성장도표 기준 성별·연령별 BMI 95백분위수 이상이면 비만, 85백분위수 이상이면 과체중으로 진단한다. 섭취 열량이 소비 열량을 초과해 체지방이 축적되면서 발생한다. 배경으로 생활 환경의 변화가 꼽힌다. 한창 잘 먹고 활발히 움직여야 할 시기에 학교에서 학원으로 이어지는 학업 중심의 일상, 늦은 귀가와 불규칙한 식사, 잦은 외식과 가공식품 섭취 증가, 스마트폰 사용 확대에 따른 신체 활동 감소와 수면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아이들의 활동량은 줄어들고 좌식 생활은 늘어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게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렇다면 소아청소년 비만의 예방과 치료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업과 일상을 유지하면서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이어야 오래 지속된다. 마른 체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장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과도한 체중 증가를 조절하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 비만도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성장기에는 키가 자라는 동안 체중 증가 속도를 완만하게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치료가 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식이 조절과 운동은 필수적이다. 외식, 가공식품, 야식을 줄이고 일정한 시간에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조정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갑작스러운 고강도 운동보다는 연령과 체형에 맞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관절에 무리가 간다. 따라서 관절에 무리를 주는 체중 부하 운동보다는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약물 치료의 선택지도 과거보다 넓어졌다. 과거에는 제한적인 효과와 부작용 우려로 인해 소아청소년에게 경구용 비만치료제를 처방할 때 고민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GLP-1) 계열 주사용 비만 치료제가 12세 이상 청소년 대상으로도 사용 승인을 받았다. 향후 경구약을 포함해 소아청소년의 비만 치료 옵션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다만 약물 치료는 식이 조절, 운동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기 어려우면서 동반 질환이 있거나 건강상 위험이 큰 경우에 한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약물을 중단한 이후에도 체중 관리를 지속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성인과 달리, 성장기 소아청소년에서는 수술적 치료를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되는 질병이다. 아이 혼자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가족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 환경을 만들어 갈 때 비로소 실질적인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 성장기의 건강은 곧 평생 건강의 출발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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