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위험한 것은 심장질환과 당뇨병·암 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비만인구는 6억4,000명이며 이 중 73%가 비만에 따른 질환으로 사망할 것으로 추정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모의 비만이 유전적으로나 후천적으로 자녀에게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비만의 대물림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일반건강검진(2015~2016년)과 6차 영유아건강검진(연도별로 54∼60개월)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모가 모두 비만일 때 자녀의 비만율은 14.44%였다. 이는 부모가 모두 비만이 아닌 아이의 비만율인 3.16%보다 4.6배나 높다.
부모가 모두 고도비만인 경우 자녀의 비만율은 26.33%에 달했다. 부모 모두 고도비만이 아닌 경우 자녀의 비만율은 5.26%였다. 부모 모두 저체중인 경우 자녀의 비만율은 0%대였고 부모 모두 저체중이 아닐 경우 자녀의 비만율은 6.5%였다. 엄마 비만이 아빠 비만보다 더 자녀에게 위험하다는 사실도 나타났다. 부모 중 엄마만 비만한 경우 자녀 비만율은 8.32%로 아빠만 비만한 경우인 6.63%보다 약 1.3배 높게 높았다. 엄마가 자녀의 식사를 주로 챙기기 때문에 엄마가 비만하면 자녀의 비만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로 해석된다.
영유아 비만은 소아 비만으로 이어진다. 2008년 8.36%였던 소아·청소년 비만은 2016년 14.3%로 늘었다. 고도비만 역시 최근 5년 새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해 2012년 2.1%에서 2016년 3.0% 수준으로 올라섰다. 어릴 때 살은 키로 간다는 잘못된 상식이 자칫 자녀에게 비만이라는 재앙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진수 서울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영유아 비만은 소아 비만으로 이어지고 결국 성인이 돼서도 비만일 가능성이 높다”며 “가족의 유전적인 성향과 식생활 습관이 아이의 비만을 유도하기 때문에 영유아 비만 치료에는 반드시 가족 전체가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