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 재학시절 담당교수에 피해
학교당국 최근에야 공식사과 서한
가해 교수엔 논평 안해 절반의 사과
스탠프도대학이 17년 전 재학 당시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던 퀸즈칼리지의 한인 여교수에게 공식 사과했다.
1일 산호세 머큐리뉴스에 따르면 현재 퀸즈칼리지 영문학과 교수인 추서영(39·미국명 제니)씨는 지난 2000년 스탠포드대 영문학과 대학원 재학 당시 이 학교 교수인 제이 플리겔먼에게 강간 등 지속적 성폭력을 당한 끔찍한 경험을 지난달 초 온라인 매거진 ‘엔트로피’에 공개했다.
추씨는 당시 피해에 대해 “플리겔맨 교수가 ‘나는 너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할 때 나는 더 용감했어야 했다”면서 이로 인해 자살을 시도하고 상담치료를 받기도 했으며 “아직도 옷이 땀에 젖고 몸이 마비된 채 잠에서 깨어날 때가 있다”고 밝혔다.
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학자였던 플리겔맨 교수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당시 박사과정 진학을 희망하고 있는 추씨를 상대로 성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당시 추씨의 고발로 학교 자체 조사를 받은 플리겔맨 교수는 2년간 무급 정직 처분의 징계를 받았으나, 2009년 ‘18세기 미역사 학회’로부터 멘토십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사회적 명성과 영향력은 유지됐다. 또 성폭력 가해자임에도 지난 2007년 58세로 사망한 후에도 ‘뛰어난 교수’로 찬사를 받았으며 스탠포드 대학 측은 플리겔멘 교수 이름의 도서관에 그가 수집한 책들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학 측의 무책임함을 묻는 추씨의 공개 질의에 드보라 줌왈트 스탠포드대 부학장은 이번주 뒤늦게 사과했다. 줌왈트 부학장은 “스탠포드 대학 교수의 성폭력으로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에 미안함을 표한다”면서 “2000년 당신이 겪은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한 것은 옳은 일”이라고 서신에 밝혔다. 그러나 스탠포드 대학 측은 추 교수 개인에게 사과했을 뿐 플리겔멘 교수에 관한 논평은 하지 않았다.
추씨는 “한시도 내가 당한 경험이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다”면서 “수년간 비밀로 숨겨왔지만 그것이 나를 병들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탠포드에서 당한 고통를 잊기 위해 하버드에서 박사과정을 했으며 미국 이름인 제니도 버렸다고 밝혔다. 추씨는 “강간에 대해 공개적으로, 진지하게, 정중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진실성을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면서 “성폭력을 당한 고통과 두려움이 내 글을 통해 조명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추씨의 이번 폭로와 함께 스탠포드 같은 사립대학들도 UC 버클리 같은 공립대학처럼 교내 성범죄 관련 정보들이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영주 기자>
17년전 스탠포드대 대학원 재학중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추서영씨의당시 학생증(오른쪽)과 가해자인 제이 플리겔맨 교수. < 머 큐 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