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패티오, 창가 어디든 가능해
잘 자라고 키우기 쉬운 품종으로 시작해야
영양제, 배양토, 보충제 등도 필요해
키우다보면 어느새 심신 건강해져
아파트에 산다고 해서, 앞과 뒤에 뜰이 없다고 해서 정원 가꾸기 즉, 가드닝(gardening)를 못하리란 법은 없다. 작은 발코니든, 패티오든, 화재 비상구든 아니면 그저 해가 잘 드는 창문이든 있기만 해도 손에 흙을 묻혀가며 여가를 즐기고, 건강한 먹거리를 키우며, 정신 건강에도 좋은 작은 정원을 가꿀 방법이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염두에 둘 것은 작게 시작하라는 것이다. 식물 기르기는 대체로 쉽지만 어떤 것들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신경 쓸 부분이 많은 식물도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발코니든, 창가든 화분을 몇 개나 둘 수 있는지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그 뒤에 어떤 식물을 키우면 좋을지 마음을 정해야 한다. 이때는 종류는 물론, 크기 등도 고려해야 한다. 일례로 토마토만 해도 종류가 수백 가지는 되는데 그 중에 작은 것으로 고르길 권한다. 키는 6피트 미만, 넓이도 3피트를 넘기지 않는 것이 아파트에서 기르기 적당하다.
그렇다면 아파트에서 기르기 적합한 식용 식물은 어떤 것이 있을까. 허브와 민트가 단연 인기다. 허브와 민트는 기르기도 쉬운데 스스로도 잘 자란다. 작은 화분에서도 잘 자라 투자 대비 효과가 좋은 품종이다. 일 년 내내 적당한 빛만 드는 창가 자리만 있다면 허브와 민트는 초보자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린(greens)과 레더스(lettuce) 종류는 끊임없이 혜택을 준다. 자르면 또 자라나는 품종들로서 치커리, 아르굴라, 시금치, 케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적당히 자랐을 때 잘라서 샐러드로 해 먹기 좋은 녀석들이다.
토마토는 기르기가 너무 쉬운 종류지만 단 한 가지 많은 빛을 필요로 한다. 해가 잘 드는 곳이어야 가능할 것이다. 심기 전에 충분한 빛이 들어오는지, 그래서 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을지를 따져봐야 한다.
딸기와 블루베리도 좋다. 블루베리와 같은 난쟁이 식물 종류는 해마다 열매를 맺어 더 없이 좋다. 몇몇 세트로 구별해 키우면 정기적으로 신선한 과일을 먹을 수 있다. 블루베리는 산성 토양을 좋아하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페퍼(peppers)는 종류도 다양해 벨 페퍼, 바나나 페퍼, 케이언 페퍼 등 많은데 토마토와 마찬가지로 햇빛을 좋아하니 양지 바른 곳에 두면 아삭한 열매를 선사할 것이다.
호박과 오이도 작은 화분에 심기에 적합한 품종이고 키 작은 귤나무까지도 아파트에서 기르기 적합한 것으로 분류된다.
반드시 먹는 품종만 기르리란 법은 없다. 화사한 꽃 품종도 많은데 제라늄, 베고니아, 란타나, 팬지, 피튜니아 등이 어쩌면 좁을 수 있는 아파트의 한편을 환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여기에 패티오 장미와 키 작은 장미 등 개량품종도 괜찮은데 한겨울에만 잘 지켜주면 두고두고 좋은 향과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빈 벽이 있는데 조금 더 과감한 방법을 쓰고 싶다면 간단한 격자를 설치하고 넝쿨을 길러 보는 것도 가능하다.
정원 가꾸기 즉, 가드닝(gardening)은 개념상 반드시 먹거리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래도 애매하면 일단은 작은 식물부터 키워보면 된다. 식물들은 본인도 모르는 새 공기를 정화해주고, 산소를 공급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잠 잘 때나 깨어있을 때 모두 몸과 마음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런 도움을 주는 식물들은 인간이나 애완동물과 마찬가지로 살아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어렵지 않은데 품종을 살 때 설명서로 따라오는 내용을 숙지하고 그대로 해 주면 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햇빛인데 종마다 조금씩 선호하는 조건이 다르다. 어떤 것은 하루 종일 간접적으로 햇빛을 받아야 하는 것이 있는 반면, 또 다른 것은 최소한 5시간 이상 직접 햇빛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일조량을 달리 준다고 식물을 망치는 것은 아니지만 다만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할 가능성은 있다. 그게 열매든, 아니면 좋은 향기든 말이다.
토양도 중요한데 대개의 품종들은 약간 산성에서 중간 정도까지 즉, pH 농도가 7.0까지인 흙을 좋아한다. 만약 산성을 좋아하는 품종이라면 산성 농도를 높여주는 영양제를 흙에 주면 되는데 마찬가지로 설명서를 잘 보면 충분하다.
물도 충분히 줘야 한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는다는 식의 괴담도 있지만 많이 줘서 생기는 문제보다 적게 줘서 생기는 문제가 더 많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최소한 땅속으로 2인치까지 흙이 말라서는 곤란하다.
영양제와 배양토도 빼놔서는 안 된다. 아무래도 협소한 아파트에 사는 식물인 까닭에 이런 보충제들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줄기가 커 감에 따라 모양이나 범위, 방향 등을 잡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부자재들도 필요할 수 있다.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아 보이지만 돌이켜보고 결과적으로 두고 보면 이런 일련의 작업들이 결국은 본인의 건강에 여러모로 플러스가 됨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더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 창을 열면 환기에 도움이 되고, 본인도 받게 될 빛은 비타민D를 보충하는데 훌륭한 도움이 될 것이다.
식물을 다루는 것은 정신 건강에도 유익하다. 연구 결과, 식물을 정성 들여 기르다보면 뇌의 비판적 사고 부분을 연마하게 돼 치매 예방 등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여기에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걱정과 근심도 덜게 해주며 집중력도 높여주는 것이 가드닝의 이점이다.
<류정일 기자>
아파트라고 가드닝(gardening)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르기 쉬운 품종을 작게 시작해서 키워보면 맺게 될 열매와 꽃과 향기는 물론, 기르는 과정에서 본인의 심신이 건강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