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근개 손상·오십견 등 급증
초기엔 주사·운동으로 치료
방치 땐 봉합수술도 어려워져
45세 가정주부 이모씨는 부쩍 늘어난 몸무게와 뱃살을 빼기 위해 지난달 1일부터 거의 매일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며칠 뒤부터 어깨 통증이 느껴졌지만 ‘운동과 담을 쌓고 지냈던 탓이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설거지·청소 같은 집안일을 할 때조차 통증이 이어져 정형외과를 찾았고 어깨 회전근개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회전근개란 어깨를 움직이는 근육과 뼈를 이어주는 4개의 힘줄. 노화로 힘줄 자체가 약해진데다 팔을 들어올리는 동작이 반복되면서 그 위 뼈(견봉뼈)와의 마찰·마모로 주로 50세 이상에서 찢어지는 경우가 잦다. 최근 헬스·골프·배드민턴·테니스·직장인 야구 등 어깨를 많이 쓰는 스포츠 인구의 증가로 30~40대 젊은 층 환자도 많아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회전근개 손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7만5,000여명에서 지난해 13만여명으로 7년새 73% 증가했다.
초기에는 50대에 자주 발생해 오십견 또는 동결견(Frozen Shoulder)으로 불리는 유착성 관절낭염과 증상이 비슷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며 방치해 병을 키우기도 한다. 과거에는 어깨 통증과 관절의 운동범위가 좁아지는 원인을 몰라 오십견이라고 두루뭉수리하게 분류했지만 요즘에는 회전근개 질환이 60%, 오십견·석회성 건염·목 디스크가 10%가량씩을 차지한다. 당뇨병, 갑상선 기능항진증, 심장·호흡기질환, 외상, 유암암 수술 등으로 인한 2차성 동결견도 적지 않다.
회전근개가 심하게 파열되면 옆에서 팔을 올려줘도 이를 유지하지 못하고 툭 떨어뜨리게 된다. 팔을 들어 올릴 때 60∼120도 정도에서 통증이 심해졌다가 더 들어 올리면 통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머리를 감거나 빗거나 어깨 위로 물건을 드는 것만으로도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회전근개의 파열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약물·주사·운동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해결할 수 있다. 다만 2∼3개월의 보존적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관절경으로 끊어진 힘줄을 원래의 뼈 부착 부위에 다시 연결해주는 봉합수술을 받는 게 좋다.
회전근개는 1년에 4㎜가량씩 파열 부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힘줄의 혈관이 줄고 탄력이 떨어져 극심한 통증을 초래한다.
오십견은 어깨 관절을 둘러싼 관절막(관절낭)이 염증성 변화로 쪼그라들어 어떤 방향으로 팔을 들어 올리거나 돌리더라도 어깨 전체가 아픈 것이 특징이다. 대개 1~2년에 걸쳐 통증기(움직이지 않아도 통증)→동결기(가만히 있으면 통증 완화)→해동기(제한된 관절운동 범위를 벗어날 때 통증) 등 3단계로 진행된다.
하지만 약물·주사치료를 하면 통증이 금방 가라앉아 근본적인 치료법인 스트레칭 운동을 할 수 있는데 진단도 안 받고 통증을 참아가며 1~2년을 끌 이유가 없다. 더구나 통증의 원인이 회전근개 파열, 목 디스크 등으로 인한 신경질환 때문이라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라고 방치했다간 화를 키울 뿐이다. 오십견은 체계적인 보존적 치료법으로 환자의 90%가량이 만족할만한 효과를 거두지만 나머지에서는 관절운동 제한, 만성 통증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박정호 고대안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어깨 통증은 증상이 비슷해도 발생 원인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통증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정확한 검사·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십견은 스트레칭 운동으로 좁아진 관절운동 범위를 늘려가는 게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초기 3개월가량은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약물·주사치료로 통증을 조절하면서 하루 5~6회 꾸준히 반복하는 게 좋다. 6개월 이상의 보존적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관절내시경으로 유착된 관절낭 부위를 넓혀주거나 염증부위를 걷어내야 한다.
박지완 강북힘찬병원 원장은 “오십견 환자 중 수술이 필요한 비율은 2~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부분 파열·위축된 회전근개를 특수 나사와 실로 당긴 뒤 봉합수술을 한 모습. <개념도=달려라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