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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몰랐던 위키피디아 봇들의 은밀한 작은 전쟁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5-12 10:10:45

위키피디아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반달행위 복구·저작권침해 적발·철자법 점검 등 다양한 업무

상충내용 바꾸면 또 다른 봇이 나타나 수정… 되돌리기 반복 

방대한 사이트서 자율적 업무 수행… 웹 트래픽의 반 이상 차지

위키피디아의 세부내용을 놓고 봇들은 수년 동안 소리 없이 끊임없는 전쟁을 계속해 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꽤나 재미있는 전쟁이다. 봇들 간의 피의 복수극을 보는 느낌이랄까?

의인화된 봇들의 전쟁은 흥미롭다. 그러나 이 전쟁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무시하고 있다. 사람들이 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른다는 점이다. 봇은 인터넷 활동에서 꽤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도, 우리는 봇들간의 상호 작용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이들은 월드 와이드 웹이라는 정글에 방목된 상태다. 이들이 전체 웹 트래픽의 무려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봇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나 이들 싸우는 봇들은 악성 봇이 아니라 호의적인 봇이다.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의 연구자들은 위키피디아 봇에 대한 9년치 데이터를 관찰한 후 유용한 봇도 다른 봇을 반박하는 데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두 봇이 위키피디아의 같은 내용을 고쳤다가 다시 되돌리기를 수년간이나 계속 반복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학회지 <플로스 원>에 지난 2월23일에 게재되었다.

위키피디아에는 베네볼런트 봇이 필요하다. 293개 언어 4000만 개의 아티클이 있는 방대한 사이트기 때문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이 많은 문서에 생기는 모든 사소한 변화를 제때 파악하고 관리할 수 없다. 그래서 위키피디아 측에서는 사이트 관리를 위해 봇을 만들었다. 이들 봇들은 다른 위키피디아 페이지와의 링크를 추가해주고, 반달 행위를 복구하고, 저작권 침해를 적발하고, 철자법을 점검하고, 그 외 다양한 업무들을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이 때문에 인간 편집자들이 기본적인 문법 규칙을 따질 필요 없이 정보를 추가하고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두 봇의 기능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그 원인은 두 봇의 문법 규칙이 약간씩 상이해서일 수도 있고, 동일한 단어를 서로 다른 위키피디아 페이지에 링크하려고 해서 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건 간에 한 봇이 위키피디아 페이지 내용을 변경하면, 다른 한 봇이 반드시 나타나 원래 내용으로 되돌린다. 그리고 이 행동을 끝없이 한다. 이들은 봇이라 피로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인간들은 결국 동일한 실수가 계속 반복되는 것을 발견하고, 제2의 해결책을 찾게 된다. 봇은 인간들이 상황을 알아차릴 때까지 자신이 하는 일을 그만두는 법이 없다. 그러나 위키피디아 같은 사이트에서는 인간들이 끝내 상황을 알아 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봇에게는 하향식 구조가 없다. 그들은 오직 주어진 지침만을 따를 뿐이다. 누구라도 봇을 제출할 수 있으며, 이 제출이 승인되면 4000만개의 아티클을 그대로 편집하게 된다. 만약 다른 봇과 충돌이 벌어지면 그걸 수습하는 일은 두 봇의 제작자의 몫이다. 현실 세계의 경찰 같은 제3자의 도움은 결코 기대할 수 없다. 

위키피디아는 사용자 편집 포맷을 채택하고 있다. 때문에 봇 제작자들은 봇을 그 속에 풀어 놓기만 하면 될 뿐, 관리 감독은 제대로 하지 않는다. 이 점은 규모가 큰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체 트윗 중 봇이 생산하는 것의 비율은 무려 4분의 1 이다. 모든 광고 중 무려 절반을 봇이 본다. 그리고 다양한 채팅 프로그램에서 수백만 건의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그리고 봇의 활동을 제재할 권력을 지닌 인터넷 경찰은 없다. 이는 봇들이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활보하며 인간과 다른 봇과 상호작용을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봇의 활동을 감시하는 사람도 없으므로 이들이 어디에서 뭘 하는지 알 방법이 없다.  

위키피디아 봇은 수적으로만 따지면 위키피디아 편집진의 1% 이하를 구성한다. 그러나 연구자들에 따르면 봇이 처리하는 업무량 비율은 무려 10~50%에 이른다.

세계에서 제일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는 웹사이트인 위키피디아에서 이만큼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봇들 간의 내부 싸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독일어 위키피디아의 봇들이 포르투갈어 위키피디아나 영어 위키피디아에 비해 상호 수정하는 경우가 매우 적다는 경우도 주목할 만하다.

혹자는 이것이 독일인들의 공학적 기술과 효율성 때문이라고 농담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포르투갈어 위키피디아의 봇들은 독일어 위키피디아의 봇들에 비해 편집을 하는 횟수가 더욱 많다. 편집을 많이 하면 서로 다투는 일도 많다. 그리고 봇 대 봇의 설전이 인간 대 봇의 설전보다 더욱 많이 벌어지지만, 이것은 봇이 인간보다 더 많은 주장을 펼쳐서가 아니라, 더 많은 편집 활동을 하기 때문일 뿐이다. 

결국, 봇이 하는 바보짓은 결국 인간에게서 배운 것이다. 이들이 위키피디아나 챗 보드, 트위터 등에서 끝없이 논쟁하는 것은 인간이 그렇게 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니 봇을 비난하지 말라. 

<서울경제 파퓰러 사이언스>

아무도 몰랐던 위키피디아 봇들의 은밀한 작은 전쟁
아무도 몰랐던 위키피디아 봇들의 은밀한 작은 전쟁

위키피디아 세상 전체는 봇들의 손아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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