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형준 법무사팀
베테랑스 에듀

페루 파스토루리… 백설기 닮은 5250m 고산빙하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4-28 09:09:03

페루,우아라즈,고산빙하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만일 페루 여행의 장점을 묻는다면 몇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이국적이다.

한국과의 접점이 현격히 적다. 먼 나라 미국이나 유럽은 가보지 않아도 가본 것 같다. 여행하지 않아도 한국에 잠식한 프랜차이즈 카페, 레스토랑을 통해서 먼저 맛볼 수 있다. 페루는 여느 남미와 마찬가지로 전혀 다른 얼굴, 다른 언어, 다른 풍속, 다른 음식이다.

둘째 밀당의 고수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다. 한없이 경이로운 자연에 기쁘다가도, 다각도로 치고 들어오는 도둑과 사기 행각에 기겁한다. 끝도 없는 증오심에 불타오르다가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환희를 안겨준다. 환희의 상대는 사람이기도, 풍경이기도 하다.

오늘의 우아라즈 투어는 애초에 기대감이 제로였다. ‘많이 그리고 싸게’, 첫날 만난 ‘삐끼’의 박리다매 영업전략에 달랑 사진 한 장 보고 엉겁결에 승낙했다. 사진 속엔 갓 쪄낸 백설기 같은 빙하 앞으로 기능성 점퍼를 입은 외국인 커플이 하얀 이를 드러냈다. 좁은 테라스에서 말을 섞은 캐나다 커플 여행자는 갓 이곳을 다녀왔다고 했다. 우아라즈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했고, 숨조차 쉬기 힘들 거란 말도 흘렸다. 어쩌다가 얻어걸린 그곳, 눈 덮인 파스토루리(Nevado Pastoruri). 5,250m란 숫자는 그저 ‘참 높군’이란 느낌뿐이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어떤 영화의 클리셰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투어버스는 이제 익숙해진 우아스카란 국립공원으로 진입했다. 다만 오늘은 초여름 같다. 대초원과 산비탈엔 소와 양이 고개를 파묻어 풀을 뜯고, 온천인 아구아스 가시피카다스 데 푸마팜파에선 부글부글 기포를 내며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어 안데스 고산지대에만 허락된 거대식물 푸야 데 라이몬디가 도로 양 옆으로 숲을 이뤘다. 

얼마나 기구한 운명인가. 100년 가까운 세월 속에서 딱 한번 꽃을 피우고 장렬히 생을 마감한다. 투어버스는 구름을 몰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 곳으로 툴툴 올라갔다. 1시간 후 모진 안데스 날씨도 견뎌온 고령 식물이 사라질 때쯤 잿빛 암벽과 설산 풍경이다. 창문은 뿌옇다. 초여름은 겨울로 성급히 치환되고 있었다.

“자 올라가 보시죠."

투어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몸이 육중해졌다. 해발 4,800m, 차가 닿을 수 있는 최고 지점이다. 내딛는 다리 사이로 휘이잉 들어온 바람이 앞머리를 치고 올라왔다. 땅은 발의 힘을 모조리 빨아들이더니, 몸까지 흡수해버릴 기세다. 한 걸음, 어라? 두 걸음, 엥?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 길의 정상, 눈 덮인 파스토루리로 가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다. 말을 타거나 친히 걷거나. 당연히 후자였다. 여기선 후자가 오히려 스펙터클하다. 

이미 천천히 걷고 있는데, 스스로 “천천히"란 주문을 거듭 했다. 서두르면 호흡 곤란과 두통이란 직격탄이 왔다. 맑아질 줄 알았던 정신은 멍하다. 한 가지만 또렷했다. 언젠가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할 때 한 노장 가이드가 트레커에게 물었다는 그 순간.

“올라올 때 무엇을 보았소?"

“어… 앞사람 뒤꿈치만 보았는데요..."

산을 갈 때마다 그 우스개 소리가 떠올라 습관적으로 앞과 뒤, 옆을 보려고 했다. 목적만 있는 이동일 때 여행자는 괴롭다. 이동 역시 여행이다. 앞으로는 길쭉하고 두꺼운 스테이크처럼 눈이 보이고, 뒤로는 설산 형제들이 구름 떼 아래 병풍을 쳤다. 

정상은 천천히 왔다. 탈환의 기쁨은 한 자리에서 360도 파노라마로 돌아 보는 것으로 대체했다. 눈 이불을 덮은 암벽과 빙하가 호수에 반사되는 일각의 순간, 세상의 조각 작품을 울게 하는 자연 발생 빙하 조각물, 잿빛 호수 위로 나이테를 그리는 빙하의 유랑.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다. 

세상사 아무것도 아니다. 한없이 낮아지고, 겸손해졌다. 그 풍경을 오래, 모두 담아내려고 빙하 동굴 속에서 호수를 따라 한참을 서성거렸다. 

<강미승 칼럼니스트>

페루 파스토루리… 백설기 닮은 5250m 고산빙하
페루 파스토루리… 백설기 닮은 5250m 고산빙하

이탈리아의 글쟁이와 사진작가는 이 광경을 어찌 글로, 사진으로 담아야 할지 정신을 놓고 있다고 했다.

페루 파스토루리… 백설기 닮은 5250m 고산빙하
페루 파스토루리… 백설기 닮은 5250m 고산빙하

인간의 발이 되는 이곳 말들은 평생 고산병이 뭔지 모르고 살다 가겠지. 적응이란 무서운 놈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한인마트정보] 5월 가정의 달 세일!
[한인마트정보] 5월 가정의 달 세일!

H마트-대표 한인 마트스마트 카드는 예천 한국산 태양초 굵은 고춧가루(40주년) 1.1LB(500G) 11.99, 껍질 벗긴 갑오징어 5.99, 자숙 꼬막살 4.99, 고구마 선물

귀넷, 주말 즐길 만한 5가지 이벤트
귀넷, 주말 즐길 만한 5가지 이벤트

5월3일부터 5일까지 귀넷 카운티에서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즐길 만한 이벤트 5가지를 소개한다. (정보 및 사진 제공 Gwinnett Daily Post) 스타워즈 나이트일시: 5

미국민 절반 “틱톡 금지 지지”
미국민 절반 “틱톡 금지 지지”

로이터 조사 응답 58%“중국이 여론형성 사용”60%는“선거운동 위해틱톡 사용은 부적절” 틱톡 로고. [로이터] 미국 정치권이 안보상의 이유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

“우려했던 금리인상 없어”… 첫 인하 9월에 ‘무게’
“우려했던 금리인상 없어”… 첫 인하 9월에 ‘무게’

■ FOMC 동결 배경과 전망6월 아닌 9월~12월 전망고금리 지속 여파 여전예금이자 등은‘피크 아웃’ 제롬 파월 연준의장. [로이터]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1일

한때 인기였는데… 사라지는 셀프 계산대
한때 인기였는데… 사라지는 셀프 계산대

한국에선 이마트 등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셀프계산대가 늘어나고 있지만, 미국에선 도난 문제와 관리 등으로 인해 유통업체들이 셀프계산대를 철수하고 있다. 월마트와 타겟, 랄프스 마켓

50세 이상 4분의 1은 “저축없어 은퇴 못해”

50세 이상 미국 성인의 4분의 1 이상이 경제적 이유로 절대 은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미국은퇴자협회(AARP)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4%가 “노후 저축을

어린이 천식, 기침·쌕쌕거림 반복하면 폐 검사해야
어린이 천식, 기침·쌕쌕거림 반복하면 폐 검사해야

김경훈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천식(asthma)은 폐 속 기관지가 예민해져 쌕쌕거림(천명), 가슴 답답함, 반복적인 기침 등이 생긴다. 봄철에는 알레르기로 인한 천식이

“AI 거품 꺼지고 있어”… 수익성 등 부각
“AI 거품 꺼지고 있어”… 수익성 등 부각

기업들 대규모 투자에도비용 대비 매출은 부진내용 오류·데이터 부족전력 공급·규제도 문제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AI) 관련주 주가 상승세가 최근 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스타벅스 ‘어닝쇼크’… 주가 16% 급락
스타벅스 ‘어닝쇼크’… 주가 16% 급락

매출·순익 전망치 하회불매 운동·날씨 등 영향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사진ㆍ로이터)의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스타벅스는 지난

암유발 ‘염화메틸렌’ 사용…미, 1~2년내 단계적 금지

미국에서 페인트 제거, 금속 세척 등에 쓰이는 발암 물질인 염화메틸렌의 사용이 대부분 금지된다.연방 환경보호청(EPA)은 지난달 30일 이런 내용의 독성물질규제법(TSCA)에 따른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