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금리차 1%p로 확대
두차례 올린 한은 시간 벌어지만
미 긴축 장기화에 물가 부담 커져
3분기 성장률 확인한 뒤 인상 무게
자금조달 앞둔 기업들 셈법 복잡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뒤 국내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담담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번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예상된 이벤트라는 점에서다. 다만 우리나라 3년물 국고채 금리가 4%를 넘기고 미국 10년물도 5%를 돌파한 상황에서 미 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구조적 변동성은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파도가 온다는 것을 예측했다고 하더라도 높이(장기금리)가 5%까지 상승하면 라이프가드의 경고음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최근 내림세를 나타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3주 만에 1380원대로 올라선 1382.2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상승 폭도 13.6원에 달했다. 이번 금리 인상이 만장일치로 이뤄졌다는 점, 내년 점도표 상단을 4.5%로 제시한 연준 위원들이 더 늘어났다는 점 등이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달러 매입을 미뤄왔던 수입 업체들의 매수 수요도 한꺼번에 겹쳤다.
다만 아직은 최근 원화 강세가 추세적으로 꺾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남강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원화 강세가 강하게 나타났던 부분이 일부 되돌려지는 것으로 본다”며 “연말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늦춰지고 레벨이 다소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시선은 지난달 ‘백투백’ 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의 다음 행보로 향하고 있다.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지면 원화 약세와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어 한은의 추가 인상 명분이 강해질 수 있다. 다만 7월과 8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만큼 10월에는 한 차례 시장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해놓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3분기 성장률을 확인한 뒤 정책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도 11월 인상에 무게를 싣는다.
10월 금통위는 21~22일 열리지만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이보다 일주일가량 뒤인 다음 달 27일 발표된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날 경우 추가 인상 명분 또한 커지는 만큼 한은이 GDP를 확인한 뒤 11월 금통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2% 정도 나오면 올해 성장률이 4%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며 “내년에는 반도체 호조로 늘어난 소득과 세수 등이 시중에 풀리면서 내수와 물가 압력이 커질 수 있어 금리를 올릴 여건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환율과 달리 주식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56포인트(0.04%) 내린 6715.41에 장을 마쳤다. 금리 인상이 이미 예상된 재료였다는 점,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우회 공급 소식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상당 기간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영구 신영증권 선임연구원은 “금리와 환율이 함께 오르는 구간이 가장 부담스러운데 최근에는 환율이 먼저 빠르게 정상화되면서 금리 상승을 일부 완충했다”며 “미국 장기금리 상승과 한은의 최종금리 상향을 반영해 연말 국고채 금리는 3년물 3.9%대, 10년물 4.4%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 셈법 역시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금리 진정을 기다리며 채권 발행을 미뤄온 대기업들이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6일 기준 신용도 AA-급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4.716%로 2023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달러채 발행을 준비하던 기업들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4분기 중 3억 달러 조달을 추진하고 있는 한화큐셀아메리카홀딩스 등이 연준의 추가 인상 여부를 주시하는 가운데 시장금리가 계속 오를 경우 발행 시점을 조정하거나 높은 조달 비용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시장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서울경제=김혜란·권순철·한동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