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렌트 부담 ‘여전’
부모와 사는 35세 미만
전국 2,520만 역대 최다
한인 가정도 부담 증가

지난 봄 대학을 졸업하고 LA 다운타운의 한 금융회사에 취업한 한인 오모(24)씨는 현재 샌퍼낸도 밸리에 있는 부모 집에서 다운타운까지 출퇴근하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얻었지만 아파트 임대료를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오씨는 “1년 정도 돈을 모아 회사 근처에서 독립할 계획이지만, 렌트비를 생각하면 가능할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오렌지카운티 사이프러스에 거주하는 한인 유모(63)씨는 부모의 입장에서 고민이 적지 않다. 대학을 졸업한 자녀들이 몇 년째 독립하지 못하면서 은퇴 계획까지 미루게 됐기 때문이다.
유씨는 “조만간 작은 집으로 옮겨 노후를 준비하려 했는데 아이들과 계속 함께 살다 보니 생활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LA 카운티의 아파트 임대료가 최근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올해 대학을 졸업한 한인들을 비롯한 사회초년생들에게는 여전히 독립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에 성공해도 월세 부담이 커 부모와 함께 살거나 룸메이트를 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 닷컴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LA 카운티의 중간 리스팅 임대료는 2,603달러로 1년 전보다 91달러(3.4%) 하락했다. 이는 2021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2022년 최고점과 비교하면 약 10% 낮아진 수치다.
LA시의 중간 임대료는 월 2,742달러로 카운티 평균보다 100달러 이상 높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년간 다세대 주택과 아파트 공급이 늘면서 임대료 상승세가 다소 꺾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스튜디오와 소형 아파트 공급이 증가하면서 해당 주택의 임대료는 지난해보다 3.6% 하락했다.
하지만 사회초년생들의 체감 부담은 여전히 크다. 리얼터 닷컴이 컴퓨터공학, 경영학, 사회과학, 커뮤니케이션 전공 졸업생의 예상 초봉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적정 수준을 웃도는 월세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A 카운티의 스튜디오 아파트 중간 임대료는 월 2,004달러다. 컴퓨터공학 전공자는 연봉 약 9만4,000달러를 받아 소득의 약 25%를 월세로 지출하지만, 경영학 전공자는 연봉 7만9,000달러로 월세 비중이 30.4%에 달한다. 사회과학 전공자는 31.6%, 커뮤니케이션 전공자는 33%에 가까운 소득을 주거비로 써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정 전문가들은 주거비를 세전 소득의 30%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어 상당수 사회초년생이 ‘주거비 부담 가구’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룸메이트와 함께 거주하거나 뒤채(ADU)를 임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한인 가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 집에 머무는 ‘캥거루족’이 늘면서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자녀의 독립이 늦어질수록 생활비와 주거비를 함께 부담해야 하는 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얼터 닷컴은 2025년 기준 미국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35세 미만 성인이 2,520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약 70%는 직업을 갖고 있었지만 높은 주거비 때문에 독립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노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