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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MRI도 못 잡는 통증, 몸의 ‘온도’는 알고 있다

한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6-05-14 09:47:46

CT·MRI도 못 잡는 통증, 몸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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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범 아주대병원 대한체열학회장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은 뼈가 부러졌는지, 암 덩어리가 있는지 짚어내는 데 탁월하다. 하지만 환자가 겪는 주관적인 통증까지 잡아내진 못한다. 환자는 너무 아프다고 호소하는데, 검사 결과는 ‘이상 없음’으로 나오는 답답한 상황을 타개할 열쇠가 바로 체열이다. 지난달 28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만난 최종범 대한체열학회장(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병이 생기면 몸에서 방출되는 열에 미세한 불균형이 생긴다”며 “체온이 주변보다 높거나 낮다면 해당 부위에 이상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극심한 만성 통증을 유발하지만, 통증 여부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진단할 때 체열 검사는 결정적 근거가 된다. 최 회장은 “이미 확보된 정상 데이터와 비교해 질환 진단과 치료 효과 확인에 활용할 수 있도록 체열 데이터를 추가로 수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체열학이란 분야가 다소 생소합니다.

“인체는 늘 적외선을 방출합니다. 체열학은 이 적외선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해 신체 각 부위의 온도 분포를 영상으로 나타내고, 이를 통해 질환을 진단하거나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학문이에요. 군사용 야간 투시경이나 드론을 이용한 실종자 수색, 건물 단열 점검에 쓰이는 원리와 같지만, 체열학은 이를 사람의 몸에 정밀하게 적용합니다. 일반 체온계가 겨드랑이나 고막에서 온도를 숫자로 알려주는 1차원적 방법이라면, 체열 검사는 신체 표면 전체를 영상으로 담아내는 입체적인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손을 촬영했을 때 특정 손가락만 온도가 뚝 떨어져 있다면, 그 부위에 혈관이나 신경 이상이 발생했다는 확실한 신호라 볼 수 있습니다.”

 

-CT나 MRI와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CT나 MRI는 암 덩어리 위치나 크기 등 몸 안의 구조적인 변화를 잡아내는 데 탁월해요. 하지만 환자가 느끼는 통증 자체는 CT나 MRI로 측정할 수가 없습니다. 환자는 아프다고 하는데, 정밀 검사로는 잡아내지 못하는 맹점이 생기는 거예요. 체열 검사는 이런 구조적 검사들이 보지 못하는 영역, 즉 신경이나 혈관의 기능 이상을 온도 변화로 포착해냅니다. 방사선 피폭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고, 비교적 간편하다는 점도 체열 검사의 장점이고요.”

 

-어떤 질환에 체열 검사가 유효합니까.

“현재 체열 검사의 유효성이 가장 확고하게 입증된 질환은 CRPS와 레이노병입니다. CRPS는 바람만 스쳐도 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만성 통증을 유발하지만, 환자의 호소 외에는 통증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요. 그런데 체열 검사로는 통증 부위와 그렇지 않은 부위의 온도 차이가 명확합니다. 보통 1도 이상 차이가 나면 CRPS로 진단해요. 수족냉증의 일종인 레이노병은 손발이 차가워지면서 피부가 하얗거나 까맣게 변하는 혈관 질환입니다. 의사가 눈으로 피부색 변화를 관찰해 진단하는데, 체열 검사를 활용하면 온도 차이를 수치로 객관화할 수 있어 더 정밀한 진단이 가능해집니다. 정상 부위와 온도 차이가 줄어드는 걸 확인하는 식으로 치료 효과도 살펴볼 수 있어요.”

 

-통증이 생기면 몸의 온도가 어떻게 달라집니까.

“신경이나 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혈류가 달라지고, 그 때문에 피부 온도가 변하게 됩니다. 보통은 혈관이 좁아지면 피부 온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급성 염증일 때는 오히려 올라가기도 해요. 대상포진이 대표적입니다. 초기에는 염증 반응으로 해당 부위가 뜨거워져 붉은색으로 나와요. 그러나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않아 신경이 손상되는 만성 신경통으로 넘어가면 반대로 차갑게 변해버립니다. 처음에 37~38도까지 올랐던 부위가 35도 아래로 뚝 떨어져요.”

 

-앞으로 체열 검사가 더 중요해질 거라고 보십니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관절염 같은 근골격계 질환이나 신경계, 말초혈관 질환을 앓는 어르신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체열 검사는 암이나 뇌혈관 질환 같은 중증 질환을 정밀하게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어르신이 일상적으로 흔히 겪는 말초신경이나 관절, 혈관의 이상 유무 진단에는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방사선 노출 걱정이 없고, 간편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재택 방문 진료나 간호 간병 서비스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 소형 열화상 카메라가 있으면 어르신 관절 상태도 수월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향후 노인 의료나 방문 진료 현장에 널리 쓰일 수 있다고 봐요.”

 

-체열 검사가 널리 쓰이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합니까.

“아주대병원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의 참여로 성인 500명과 청소년 500명의 신체 부위별 정상 체온 데이터를 구축했습니다. 이제 질환별 체온 데이터를 모을 계획이에요. 정상과 질환 데이터를 비교하면 환자의 이상 유무를 판독하거나, 증상이 호전되는지 여부를 좀 더 손쉽고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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