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거장’ 신정수의 멈추지 않는 도전
뉴욕시 감옥 설계하던 거물 건축가
“정확한 컨설팅으로 한인들 돕고 싶어”
암세포도 꺾지 못한 60년 이민사의 긍지… 13개 주 아우르는 현업 복귀
인생의 황혼기라 불리는 일흔넷의 나이,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한 한인 남성이 다시 연필을 잡고 도면 앞에 섰다. 미국 이민 60년 차(1967년 도미)로 뉴욕 시청의 베테랑 건축 공무원 출신인 신정수 씨의 이야기다. 신 씨는 간암 투병 중 간 이식 수술을 위해 조지아주로 이주한 뒤, 10년간의 긴 회복과 공백기를 깨고 건축사 라이선스 갱신은 물론 커머셜(Commercial) 시공 자격까지 거머쥐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신 씨의 드라마틱한 제2의 인생 서사를 지난달 27일 취재했다.
뉴욕의 마천루를 설계하던 거장, 삶의 활력을 찾아 다시 서다
신정수 씨는 세계 건축의 메카인 뉴욕에서 30년간 뼈를 묻은 전문가다. 워싱턴 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건축학 석사를 마친 뒤 뉴욕 시청에 입성해 인허가와 설계 전문가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특히 그는 뉴욕시 감옥소 설계를 직접 지휘하며 수많은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신 씨의 복귀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과거 간경화가 악화되어 간의 50%가 석회화되는 고통을 겪었으며, 급기야 골프 경기 도중 정맥류 파열로 각혈하며 쓰러지는 등 생사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이후 간암 세포가 발견되면서 에모리 대학 병원(Emory University Hospital)에서 극적으로 간 이식 수술을 받았고, 아내 신미경(69) 씨를 포함한 가족들의 지극한 간호 끝에 건강을 회복했다.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하며 보낸 지난 10년은 그에게 인내의 시간이었다. 특별한 소일거리 없이 산책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며 소박한 노년을 보냈으나, 삶의 활력이 없다는 생각에 허무함이 밀려왔다. 특히 가물가물해지는 기억력에 혹여 치매가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그를 깨웠고, 신 씨는 정신을 맑게 유지하기 위해 다시 한번 건축 도면을 펼치기로 결심했다.
"공부가 가장 즐거웠다"… 공사 액수에 제한이 없는 강력한 자격증 획득
70대의 나이에도 "정신이 살아있어야 몸도 산다"는 신념으로 전공 서적을 탐독하며 공부의 즐거움을 되찾은 신정수 씨는, 은퇴 후 10년 동안 놓았던 라이선스를 다시 갱신하기 위해 2년여간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소멸되었던 건축사(Architect) 라이선스를 성공적으로 갱신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 중 취득 사례가 드문 '제너럴 컨트랙터(General Contractor) 언리미티드' 자격까지 획득했다. 이는 공사 액수에 제한이 없는 강력한 자격으로, 조지아를 포함해 루이지애나, 텍사스, 뉴욕, 플로리다, 테네시, 앨라배마, 미시시피 등 미국 내 총 13개 주에서 그 효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도전하는 노년은 풍요롭다"… 한인 사회의 조력자로 나서
신정수 씨는 이제 자신의 전문 지식을 한인 사회의 권익 보호를 위해 쏟아부을 준비를 마쳤다. 뉴욕 시청 공무원 시절 몸소 체득했던 복잡한 행정 시스템과 인허가 절차 노하우를 바탕으로,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인 업주들이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돕는 컨설팅에 주력할 계획이다.
신 씨는 "나 같은 암 환자도 병을 극복하고 이렇게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며 "무력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 목표를 정하고 도전한다면 노년은 훨씬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철두철미하고 정확한 설계와 시공을 통해 한인 사회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겠다는 신정수 씨의 제2의 인생은 이제 막 가장 웅장한 설계를 시작했다.
[신정수 씨 주요 프로필]
이민 및 거주: 1967년 미국 이민(60년 차), 간 이식 수술 위해 조지아 이주 후 10년 거주
학력: University of Washington(UW) 건축학과 석사
경력: 뉴욕 시청 30년 근무 (Deputy Director 역임, 뉴욕시 감옥소 설계 총괄 등)
자격 범위: 건축사(Architect) 리뉴 및 제너럴 컨트랙터(GC) 보유 (커머셜 및 공장 건축 가능)
제인김 기자

간 이식 수술이라는 사선을 넘나드는 사투 끝에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한 신정수 씨(오른쪽)가 곁에서 묵묵히 간호하며 힘이 되어준 부인 신미경 씨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신 씨는 최근 74세의 나이로 13개 주에서 통용되는 시공 라이선스 및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며 드라마틱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들] 신정수 제너럴 컨트랙터](/image/292842/75_75.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