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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복수국적‘족쇄’…‘원론 답변’만 되풀이

한국뉴스 | 사회 | 2026-04-23 10:39:26

선천적 복수국적, 재외동포 사회의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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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질의에 ‘원론 답변’만

 “병역회피 근절 목적” 핑계

 “예외적 이탈 허용”만 강조

 한인 2세들 고통 ‘나몰라라’

정치권도 동포권익 ‘후순위’

 

선천적 복수국적 제도를 놓고 미국 등 재외동포 사회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원론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주 한인사회를 대표해 본보가 전달한 제도 개선 제안에 대해서도 정부가 구체적 대책 없이 기존 입장만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안은 재외동포청이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 세계 재외공관을 통해 동포 사회의 민원과 정책 제안을 대대적으로 접수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재외동포청은 총 188개 공관을 통해 1,438건의 민원과 건의사항을 접수했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순차적으로 답변을 전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본보가 제기한 선천적 복수국적 제도 개선 요구 역시 법무부 검토를 거쳐 LA 총영사관을 통해 회신됐지만, 내용은 “국적이탈 신고제도와 예외적 허가제도가 이미 운영 중이며 병역의무의 공평성 등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사실상 제도 개선 의지보다는 현행 유지 방침을 재확인한 셈이다. 

 

현행 국적법에 따르면 해외에서 태어난 한인 남성은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말까지 국적이탈 신고를 해야 하며, 이를 놓치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만 38세까지 병역의무 대상자로 묶인다. 문제는 이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장기간 소요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적이탈 심사는 평균 18개월, 길게는 2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장벽은 국적이탈 이전 단계에 존재한다. 해외에서 결혼·출산한 가정의 경우 한국에 혼인신고와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사례가 많아, 이를 모두 선행 처리해야만 국적이탈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부모의 국적상실 신고, 혼인신고, 자녀 출생신고까지 거쳐야 하는 복잡한 구조는 현실과 동떨어진 행정 절차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처리 지연 문제에 대해 전담 조직 설치와 인력 증원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속도 문제가 아니라 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병역 기피 방지를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해외 이민자 가정 2세들에게 과도한 제약을 가하는 ‘역설적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과 실질적 생활 기반이 없는 해외 출생자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권리 없는 의무라는 점에서 위헌 논란까지 제기된다. 반면 유학 등 단기 체류 중 출산한 경우는 ‘원정출산 예외’로 인정돼 상대적으로 쉽게 국적이탈이 가능해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 동포 간담회에서 복수국적 연령 하향, 우편투표를 비롯한 재외동포 참정권 보장 등 권익 향상을 약속했지만, 선천적 복수국적법 개정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한국 국회에서는 ‘국적 자동상실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지만, 초안 마련 이후 수년째 발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재외동포 권익 문제를 후순위로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이번 사례는 재외동포청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전 세계 동포 의견을 수렴했음에도, 정작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실질적 변화 없이 형식적 답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천적 복수국적법 개정에 앞장서고 있는 전종준 변호사는 “이제는 검토가 아니라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태생 한인 2·3세들의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를 다루는 아홉 번째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황이다. 특히 이번 소송은 부모 사망 등으로 행정절차상 국적이탈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례를 다루고 있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주목된다.

9번째 헌법소원은 전종준 변호사가 뉴욕 거주 선천적 복수국적자 한인 2세 아이린 영선 홍(15)양을 대리해 접수한 것이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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