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되듯이
발자국도 따라가 별이 되는가
내가 남긴 발자국에 핀 민들레는
해마다 별이 되어 피어나는가
내 상처에 깊게 대못을 박고
멀리 길가에 내던져진
나의 손에는 깊게
뿌리가 뻗어
지금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이 울창하다.
그 길가에 작은 수도원
하나 세워졌으면
프란치스코 성인이 하룻밤
고이 하룻밤 주무시고
가셨을 텐데
주무시기 전에
나를 한 번 꼭 안아 주셨을 텐데
오늘도 내가 걸어온 길가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늘 나와 함께 걸어온
핏물이 고인 발자국 하나
이 시는 정호승 시인의 시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2020)**에 수록되어 소개된 바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오상(五傷)을 묵상하며’**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 속에 등장하는 '깊게 박힌 대못'과 '핏물이 고인 발자국'은 예수의 십자가 고통을 자신의 몸에 그대로 새겼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상처(두 손, 두 발, 옆구리의 상처)를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인간의 깊은 상처와 고통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결국에는 별이나 민들레, 울창한 플라타너스처럼 새로운 생명과 위로로 승화되기를 바라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는 명시입니다. 찾으시던 원문이 맞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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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경남 하동 출생(대구 성장)의 정호승 시인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첨성대'로 데뷔한 서정시인입니다.
네이버 블로그: 시를 쓰던 소년... '슬픔의 시인'으로 불리며 소외된 이웃과 고독을 주제로 다수 시집을 발간,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