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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질환’ 고혈압… 증상 없이 몸을 망가뜨린다

미국뉴스 | 기획·특집 | 2026-03-02 09:37:04

침묵의 질환 고혈압,증상 없이 몸을 망가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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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미 성인 절반 해당, 모른채 방치할 위험

동맥·심장·뇌·눈·신장까지 부정적 영향

뇌졸중·심부전·치매 등 위험성도 높여

금연·운동·식단·약물로 정상 관리 가능

<삽화: Emma Kumer and Daron Taylor/The Washington Post>
<삽화: Emma Kumer and Daron Taylor/The Washington Post>

 

 

고혈압은 뚜렷한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지만, 뇌와 심장, 눈 등 신체 여러 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성인의 거의 절반이 고혈압을 앓고 있지만, 이들 중 약 1,100만 명은 자신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지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혈압은 심장병, 신장 질환,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예방 가능한 사망 원인 중 하나다. 시카고대 의대 예방 심장학 책임자이자 심장 전문의인 타마르 폴론스키 박사는 “예방 가능한 질병을 생각할 때 고혈압은 매우 중요한 질환 중 하나인데, 이는 신체의 많은 장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시간대 헬스 프랭켈 심혈관센터의 심장 전문의 존 비소냐노 박사는 “다행히 약물 치료를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의 혈압을 상당히 정상적인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혈압이 ‘침묵의 질환’이라는 점이다. 다른 건강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기적인 혈압 검사가 필수적이다. 폴론스키 박사는 “고혈압이 있으면서도 자신이 모르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고혈압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조용히 동맥을 손상시키고 결국 신체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 동맥

동맥은 일반적으로 심장에서 몸 전체로 혈액을 운반하는 혈관으로, 대동맥 같은 큰 탄성 동맥, 중간 크기의 근육성 동맥, 그리고 아주 작은 세동맥과 모세혈관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치료하지 않은 고혈압은 신체 전반의 동맥을 두껍게 만든다.

두꺼워진 동맥은 기능이 떨어져 신체에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혈액을 전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동맥은 점점 더 딱딱하고 좁아지며, 심하면 파열될 수 있다. 이 경우 뇌졸중이나 대동맥 박리(대동맥 내막이 찢어지는 질환) 같은 응급 상황의 위험이 커진다.

만성 고혈압은 모세혈관 같은 작은 혈관의 유연성을 떨어뜨린다. 이렇게 되면 운동 등 더 많은 혈류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혈관이 충분히 확장되지 않는다고 폴론스키 박사는 설명했다.

또한 고혈압은 혈관벽을 손상시켜 콜레스테롤과 지방이 축적되어 플라크(plaque)를 형성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플라크가 쌓이면 동맥경화증이 진행되어 동맥이 더욱 두꺼워진다. 비소냐노 박사는 “이 플라크는 관상동맥을 계속 좁히거나, 지방이 찬 물집이 터지듯 파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크나 혈전이 혈류를 막으면 심장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 심장

고혈압은 동맥뿐 아니라 심장도 두꺼워지고 커지게 만든다고 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심장내과 고혈압 부문 책임자인 심장 전문의 완펜 봉파타나신 박사는 말했다. 이는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부전은 심장이 약해져 충분한 혈액을 펌프질하기 어려워지는 만성 질환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심부전 환자의 최대 91%가 먼저 고혈압을 앓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이 심부전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두껍고 딱딱해진 심장이 과도하게 일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심장이 혈액을 내보내는 효율이 떨어지고, 혈액이 역류해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비소냐노 박사는 설명했다.

이 과정은 “수년,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된다고 폴론스키 박사는 말했다. 심장이 계속 더 강하게 혈액을 펌프질하려고 하면서 폐와 팔다리에 체액이 쌓이기 시작할 수 있다. 정기적인 혈압 검사를 하지 않으면 이러한 손상이 서서히 진행되면서도 본인이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 뇌

고혈압은 뇌졸중의 주요 위험 요인이다. 가장 흔한 유형은 허혈성 뇌졸중으로, 뇌로 가는 동맥이 막히면서 발생한다. 조기 치료를 하면 이러한 뇌졸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비소냐노 박사는 “수년간 지속된 고혈압이 결국 이런 종류의 뇌졸중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뇌의 약해진 혈관이 파열되면 출혈성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비교적 드물지만 보통 더 심각하다. 비소냐노 박사는 “집으로 들어오는 수도관이 터지면 집에 물이 공급되지 않는 것처럼, 뇌의 혈관이 파열되면 그 부분으로 더 이상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결국 뇌 조직이 죽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혈압은 장기적으로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미쳐 치매 발생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봉파타나신 박사는 “혈압을 잘 관리하면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임상시험들이 실제로 여러 개 있다”고 말했다.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의 최신 혈압 지침에서도 고혈압 치료가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 눈

눈으로 이어지는 작은 세동맥도 두꺼워질 수 있다고 비소냐노 박사는 말했다. 그는 “두꺼워진 동맥은 좋은 동맥이 아니며 효율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망막으로 가는 혈류를 방해할 수 있다.

UCI 헬스 개빈 허버트 안과연구소의 안과 전문의 산제이 케다르 박사는 망막이 “좋은 시력을 위해 매우 중요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혈류 부족은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손상이 축적되면 고혈압성 망막병증이라는 합병증으로 이어져 시야가 흐려지거나 심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고혈압성 망막병증은 고혈압의 첫 경고 신호 중 하나일 수 있다. 존스홉킨스 윌머 안연구소 녹내장 부문의 안과 전문의 해리 퀴글리 박사는 “안과 의사가 눈을 검사하다가 이런 증상을 발견하고 환자에게 ‘최근 혈압을 측정해 보셨나요·’라고 묻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또한 고혈압은 시신경을 손상시켜 시력 상실을 일으킬 수 있고, 망막 아래에 체액이 쌓여 시야가 왜곡될 수도 있다고 케다르 박사는 설명했다.

 

■ 성기관

치료하지 않은 고혈압은 다른 신체 부위와 마찬가지로 성기관으로 가는 혈류에도 영향을 미쳐 성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폴론스키 박사는 “다른 심혈관 질환과 마찬가지로 고혈압도 발기부전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맥에 플라크가 쌓이면 성기관으로 가는 혈류가 더 줄어들어 발기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

그녀는 “여성의 성 기능 장애에 대해서는 아직 이해가 훨씬 부족하지만, 질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면 성욕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 신장

고혈압은 신장에서 복잡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덜 효율적인 동맥 때문에 신장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면 “신장이 오히려 혈압을 더 높이는 호르몬을 분비하기도 한다”고 비소냐노 박사는 설명했다.

또한 신장으로 너무 강한 압력의 혈류가 들어오면 여과 과정이 과도해져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펜실베니아대 의대의 신장·전해질·고혈압 분야 부교수 조다나 코헨 박사는 그 한 가지 예로 사구체를 들었다. 사구체는 노폐물을 걸러내는 작은 혈관 구조인데,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장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만성 고혈압은 신장을 손상시키지만, 갑자기 혈압이 매우 높아지는 고혈압 응급 상황은 특히 위험하다. 코헨 박사는 이 상태가 보통 혈압약을 복용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며 “신장의 매우 약한 혈관을 직접 손상시켜 영구적인 피해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 다리

고혈압은 말초동맥질환의 발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동맥이 막히면서 팔다리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는 질환이다. 폴론스키 박사는 “고혈압이 심장과 뇌로 가는 동맥을 손상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리 동맥의 내벽에도 영향을 미쳐 시간이 지나면서 플라크가 더 쉽게 쌓이게 한다”고 말했다.

동맥에 쌓인 플라크는 다리로 가는 혈류를 더욱 제한해 다리 통증이나 경련, 보행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불편함 때문에 걷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면서 문제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이처럼 위험하게 들릴 수 있지만 긍정적인 소식도 있다. 고혈압이 있더라도 관리할 방법은 충분히 있다. 금연, 규칙적인 운동, 채소와 과일·통곡물·저지방 단백질·저지방 유제품을 중심으로 한 DASH 식단(고혈압 예방 식단) 등 심장 건강에 좋은 생활 습관은 혈압을 건강한 범위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혈압을 치료하는 약물도 수백 가지가 있다. 혈압 수치와 관상동맥질환 같은 다른 위험 요인에 따라 의사가 적절한 약을 처방할 수 있다. 이러한 약물은 효과가 좋고, 많은 경우 저렴한 제네릭 의약품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비소냐노 박사는 “이처럼 다양한 치료 선택지가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By Kathleen Felt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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