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측 사정” 구체 이유는 안 밝혀
10일 석방 출국 계획 틀어져 불안감
조현·루비오 면담 연기 이유도 의문
외교부 “조속 출발 위해 미와 협의”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단속에 걸려 쇠사슬을 차고 끌려갔던 한국 국민 300여 명이 10일 석방돼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차질이 빚어졌다. 외교부는 "미측 사정으로 우리 국민들의 10일 출발이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발 지연과 관련한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아 이들의 조속한 귀국을 놓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구금자 석방 연기 관련 미국 측 사정을 지금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최단시간 내 구금된 국민들을 구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조지아주(州) 포크스턴 소재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에는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이 구금돼있다. 이들은 지난 4일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국 이민 당국이 기습적으로 실시한 불법 체류자 단속을 통해 체포·구금된 475명의 일부다. 상당수가 취업 활동이 금지된 전자여행허가(ESTA)나 6개월 단기 상용 비자(B1)를 받고 입국한 탓에 체포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중 대다수는 원래 이날 오전 석방돼, 오후 2시 30분(한국시간 11일 오전 3시 30분) 전후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전세기에 탑승, 한국시간 11일 저녁 6시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애틀랜타 공항은 포크스턴 시설로부터 차로 5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430㎞)다. 당초 정부가 염두에 둔 공항은 5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플로리다주 잭슨빌 국제공항이었다. 한 소식통은 “잭슨빌 공항은 대한항공이 취항하지 않은 곳이라 일주일가량 준비가 필요했다”며 “하루라도 빨리 귀국시키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귀국 일정이 지연되면서 이들은 구금 시설에 더 머물러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미측 사정'이라고만 했을 뿐 자세한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지 시간이 새벽이라 외교부 본부에서도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국인 300여명이 체포·구금된 사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급거 미국을 찾은 조현 외교부 장관과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면담이 하루 늦어 진 것에 대해서도 의문스런 시선이 쏠린다. 조 장관은 애초 전날 루비오 장관과 면담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오전으로 늦춰졌다. 이를 두고 구금된 이들의 귀국 지연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인 300여 명이 미국에서 집단 체포·구금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더욱이 대미 투자 차원에서 이뤄진 공장 건설 현장이 이민 단속의 표적이 됐고, 한국의 전문 인력들이 손발에 수갑과 족쇄가 채워진 채 무더기로 버스에 태워져 구치소로 옮겨졌다는 사실은 한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따라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사건 사흘 만인 7일 석방 교섭을 마무리했다. 이후 정부는 구금된 한국인들의 비자 종류나 체류 신분 등 개별 사정과 무관하게 자진 출국 형식으로 귀국시키기 위해 미국 측과 협의했다. 자진 출국의 경우 재입국 금지 등 불이익을 수반하는 추방 기록이 남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귀국하고 나서도 문제다. 불이익 면제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지 알 수 없어서다. 자진 출국이라고 재입국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불법 체류 기간이 6개월보다 길면 일정 기간 재입국이 제한된다. 불법 체류 사실이 인정된 만큼 비자 심사 때 주한 미국대사관이 암묵적으로 불이익을 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