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18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미국 가정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막대한 정부 지원금에도 불구하고 렌트비, 모기지 연체율이 높아졌으며 가계부채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과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이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38%의 가정이 지난 몇 개월 동안 심각한 재정문제에 직면했으며 특히 라티노 57%, 흑인 56% 등 백인 29%에 비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안은 32%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격차는 다른 조사에서도 나타나는 것처럼 소수계의 사회 경제적 불균형(socio-economic impact)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팬데믹을 겪으며 경제 양극화가 두드러진 가운데 연소득 5만 달러 이하의 가정은 59%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5만 달러 이상은 19%에 불과했다. 또한 5만 달러 이하는 30%가 저축한 돈을 모두 소진했으나 5만 달러 이상은 9%만 저축한 돈을 사용했다.
최근 강제퇴거 유예조치가 끝나면서 렌트비가 밀린 세입자들이 거리로 나앉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그간 연방정부 지원금이나 주 정부 실업수당으로 버텨온 많은 사람들이 이제 더 이상 기댈 곳 없는 막막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가장 심각한 재정문제는 크레딧 카드 빚(22%)이며 다음으로는 의료비(17%), 공과금(16%), 렌트·모기지(14%), 식료품(14%), 자동차 할부금(1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부모 3명 가운데 1명은 자녀들의 교육 문제를 걱정하고 있으며 5가구 중 1가구는 과다한 의료비 지출로 힘들어 하고 있다.
아시안의 경우 팬데믹과 함께 급증한 혐오범죄를 걱정하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시안 4명 가운데 1명(25%)은 인종차별이나 폭력에 대한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네이티브 아메리칸은 22%, 흑인은 21%가 이러한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다. 라티노는 8%, 백인은 7%에 불과했다.
고용문제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55%가 팬데믹 전과 ‘비슷하다’고 답했으며 ‘더 나아졌다’ 21%, ‘더 악화됐다’ 24%로 나타났다. 또한 성인 24%가 최근 몇 달간 직장을 잃거나 가족 부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연소득 5만 달러 이하는 32%, 5만 달러 이상은 18%로 나타났다.
한편 그 어느 때보다 건강보험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78%는 보험이 있지만 22%는 보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가정의 경우 대부분 저축한 돈도 모두 소진한 상황에서 가족 가운데 누군가 아프게 된다면 파산이 불가피하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로버트 블렌던 교수는 미 공영라디오(NPR)에서 “아픈 사람이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2일부터 9월 7일까지 전국 성인 3,61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한국어, 베트남어로 진행됐다. 95% 신뢰도에 오차범위는 ±3.4%다.
유제원 기자
















